권우상 명작 동시 = 표주박
표주박
첫 서리가 내릴 즈음
지붕 위에 얹혀
즐겁게 웃는 얼굴로 영근
길죽하면서 허리가 잘룩한
호리병 닮은 박
서로 돕고자 쌍둥이처럼
두쪽으로 나뉘어
표주박으로 태어났다
나는 동생과 여름에 시원한
옹달샘 물을 뜨먹고
아빠는 일하시다
목이 마르시면 술독에 띄워놓고
막걸리 퍼 잡수시고
엄마는 간장독에 띄워놓고
간장을 퍼내시어
맛있는 음식 만들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환영받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표주박처럼
나도 학교에서나 마을에서나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릴거야
표주박을 닮고 싶다
표주박처럼 살고 싶다
표주박처럼 쓰임새 있게.
ㅇ부산mbc문예상 당선.
ㅇ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