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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명작 단편소설 = 신인배우 연재 마지막회

 

 

 

 

권우상 명작 단편소설 = 신인배우 연재 마지막회

 

 

 

                                     신인배우(新人俳優)

 

 

“성희야!” “어엄마...” “이것아, 이제 나를 알아 보는구나.”

내 옆에서 앉아 있는 어머니의 두 눈에는 물기에 함박 젖어 있었다. 가느다랗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언제 왔어?”

“조금 전에 포항에서 올라 왔다. 네가 걱정이 돼서.. 몇 달 동안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엄마 소리 한번 안하더니 이제야 나를 알아보는 것을 보니 제 정신이 돌아 왔구나.. 성희야! 물에 빠져도 정신을 차리면 산다고 했다. 이제 정신이 돌아 왔구나 흐흐흑..”

“내 정신이 어째서?”

자신이 자신을 안다는 것은 올바른 정신일 것이다. 미친 사람은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이것아.”

와락 나를 껴안은 어머니의 두 팔에 안겨 비몽사몽(非夢似夢)간에도 나는 꺼이꺼이 울었다.

“강시후란 놈이 경찰에 구속 됐다. 사기에다 성폭행 혐의로 아버지가 고소했다. 변호사까지 선임했으니 네가 당한 만큼 반드시 갚아 줄거라고 아버지는 벼르고 있다. 너를 이렇게 만든 놈은 그 개 같은 놈이다.”

어머니는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변호사까지 선임했다고 하니 아버지도 화가 몹시 난 모양이었다.

“차은실이 오늘 아침에 자살했다고 하는구나. 아침 뉴스에 나왔다.”

“차은실이?”

나는 또 하나의 자화상을 본 것 같았다. 차은실은 나보다 일년 쯤 먼저 데뷔한 신인배우였다. 차은실이 자살을 하다니 나는 또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어머니는 말했다.

“강시후 그 놈이 경찰에 구속됐으니 이제 포항으로 내려 가자. 아버지도 너를 기다리고 계신다.”

“..........”

“포항시에서도 두 번 다시 유령회사를 차여 놓고 포항에서 신인배우 모집으로 사기를 치지 못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시장이 직접 발표했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일으켜 마당으로 나섰다. 마당에 나오니 따뜻한 가을 햇살이 내 가슴에 안겨들었다. 나는 마당에 서 있는 대추나무를 바라보았다. 하나 둘 잎을 떨군 앙상한 나무가지에서 까치가 까욱! 카르륵 하면서 울어 댔다. 내가 이런 방법으로 내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자 씁쓰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더는 영화배우가 싫어졌다. 마당을 나서면서 어머니는 내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두 번 다시는 영화배우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거라. 그리고 포항에 가서 그 놈의 씨앗을 지워버리자구나...”

그 놈의 씨앗이란 나를 술에 수면제를 취하도록 해 놓고 모텔로 데려가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서 내가 잠든 사이에 성폭행 하여 임신을 시킨 강시후 씨를 말함이었다. 이런 사실은 경찰조사에서 박시후 씨가 자백했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그리고 나 말고 또 다른 몇 명의 여성에게도 성폭행 한 사실이 밝혀졌다. 물론 나처럼 임신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영화배우가 소망이었던 내가 꿈을 이루지 못하고 이렇게 무너지다니 생각할수록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부터 영화배우는 내가 갈 길이 아니였는데...

신인배우 모집을 미끼로 금품 갈취와 성폭행 사건이 포항에서 발생한 후 포항시 당국에서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 예방대책과 감시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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