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삼국시대 재미있는 짧은 야화 (20)
글 : 권우상
옛날에 한 처녀가 신랑감은 고르다가 그만 혼기를 놓쳐 노처녀로 살아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중매쟁이들이 오면 고르지 않고 시집을 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어느날 중매쟁이가 찾아왔다. 처녀가 신랑감을 워낙 까다롭게 고른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아예 네 사람의 신랑감을 가져와 말했다. “낭자! 들어 보구려, 한 총각은 공부를 많이 해 문장가로 알려진 선비라오. 그리고 다음은 말타기와 활쏘기를 잘하여 소문이 난 씩씩한 무인이랍니다.” 이렇게 설명한 중매쟁이가 처녀의 눈치를 잠시 살펴보니 별로 좋아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물이 항상 고여 있는 저수지 아래에 비옥한 농토를 많이 가진 부잣집 아들입니다. 늘 물 걱정이 없어 수확을 많이 올리지요. 그 다음 네 번째는 으음.. 낭자가 어떻게 생각할지...이 총각은 정력이 매우 강한 청년이랍니다. 뻗어 나온 양근에 돌을 가득 담은 큰 주머니 끈을 걸고 허리를 움직여 빙빙 돌리면 그 돌주머니가 머리위까지 넘어서 휙휙 돌아가는 그런 청년이지요. 낭자! 어때요? 이 넷 총각 중에서 한 사람을 골라 보아요.” 이렇게 소개하면서 네 사람 중에서 신랑감을 고르라고 했다.
처녀는 잠시동안 생각을 하더니 노래를 지어 대답했다. 내용은 이렇다. “공부를 많이 해 문장을 잘 짓는 선비는 뜻이 넓어서 고생만 시킬 것이고, 활을 잘 쏘는 무인은 전쟁에 나가 죽을 것은 뻔하지요. 저수지 아래 좋은 논을 가졌다 해도 가뭄에 물 마르는 흉년이 들면 어쩔 도리가 없을 테고, 뭐래도 돌을 담는 주머니를 걸어 위까지 돌리는 그 억센 총각이 내 마음에 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