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 삼국시대 재미있는 짧은 야화 (1)
글 : 권우상
옛날 어느 고을에 한양의 박 정승 대감 외아들이 신관 사또로 부임에 왔다. 이 아들은 워낙 천방지축 철부지였지만 정승인 아버지 덕에 영특한 아내를 얻고 지방의 고을 원님으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부임하여 이튿날이었다. 남의 소를 빌려 밭을 갈다가 점심때가 되어 언덕에다 소를 매어 놓고 점심을 먹고 와 보니 소가 벼랑에서 굴러 떨어져 죽자 소 주인은 당장 소를 사 내라느니, 농부는 차차 벌어서 변상을 하겠다느니 하면서 서로 다투다가 사또의 현명한 판결을 받으려고 상소하러 왔다. 사연을 다 듣고난 신관 사또는 “여봐라, 게 좀 기다리고 있거나!” 하고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몰랐거니와 또 집을 떠날 때 “어떤 일이든 혼자 처리하지 말고 네 아내와 상의한 후 처리하도록 하라”고 한 이버지의 당부가 있었기에 부인에게 상의하러 들어간 것이다.
남편의 말을 듣고 부인은 “아니 그만한 일도 처리하지 못하십니까?”하고 핀잔을 준 다음 말했다. “소 주인이야 어찌 소 값을 물어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소를 빌려 쓴 사람은 무슨 돈이 있어 당장 소를 사주겠습니까? 죽은 거야 이왕지사 죽었으니 가죽은 벗겨서 나라에 바치고 고기와 뼈는 팔아 그 돈으로 자그마한 송아지를 한 마리 사서 키운 후에 큰 소를 대체하라고 하십시요!” 사또는 부인의 가르침을 받고 안방에서 나와 그대로 외쳤다. “여봐라! 죽은거야 이왕지사 죽었으니 가죽은 벗겨서 나라에 바치고 고기와 뼈는 팔아서 그 돈으로 자그마한 송아지를 사서 키워 큰 소를 대체하도록 하여라!” 그러자 두 사람은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하고 돌아갔다.
그런데 그 다음날에는 이런 송사가 들어왔다. 두 노인이 장기를 두다가 외통수에 걸린 노인이 한 수만 물려 달라고 사정사정 했으나 끝내 물려주지 않자 화가 나서 장기판을 집어 던진 것이 그만 상대편 노인의 얼굴에 맞아 즉석에서 죽었던 것이다. 죽은 노인 아들이 즉시 신관 사또에게 송사를 올렸다. 사연을 다 듣고난 사또는 이 일을 부인에게 물었다간 또 핀잔을 들을 것 같아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어제 죽은 소에 대한 상소를 처리한 일이 떠올라 “옳지!”하고 그대로 하면 되겠다 싶어 큰 소리로 선고했다. “여봐라! 죽은 거야 이왕지사 죽었으니 가죽은 벗겨서 나라에 바치고 고기와 뼈는 팔아서 그 돈으로 조그마한 아이를 하나 사서 키운 후에 애비를 대체하도록 하여라!” 이 말을 듣고 죽은 노인의 아들은 너무도 기가 막혀 밖으로 나오자마자 거기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러자 사람들은 분개하여 함께 일어나 무지막지한 신관 사또를 관아 밖으로 내쫓았다. 이렇게 하여 그는 겨우 사흘 밖에 사또 노릇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은 임금님은 박 정승이 무능한 아들을 사또에 앉힌 책임을 물어 박 정승은 파면됐다. 아들 때문에 정승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