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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단편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연재 <제2회>

 

 

 

 

권우상 단편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연재 <제2회>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어느 듯 세월이 흘러 나이가 스물 다섯의 장정으로 성장한 아들을 보면 비록 말 못하는 벙어리지만 강범구 씨는 가슴이 뿌듯하기만 했다. 아들이 없어 대(代)가 끓어질까 우려했던 안도감에서 였을까?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 탓인지 대장간 일을 해보면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달랐다. 게다가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쇠약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죽기전에 아들을 장인匠人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강범구 씨는 마음이 초조해졌다. 좀처럼 아들이 만든 징에서는 징소리다운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징이 악기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예술적인 혼魂 담긴 징다운 징소리가 나야 하는 것이다.

징을 두드리면 神이 내린 듯 하늘이 우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가 나야 그것이 악기로서의 징이다. 그런 소리가 나지 않고 있는 아들이 만든 징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자, 더 쎄게 두드리라. 더 힘차게.. 더 쎄게 두드리라.. ”

비록 말은 못해도 귀로 알아듣기는 하는지 망치를 잡은 종달이의 손놀림이 더욱 힘이 있고 빨라졌다. 망치질을 하는 아들 앞에 서서 강범구 씨는 집게로 잡은 쇠붙이를 가로로 넣기도 하고 모로 세워 넣었다가 다시 세로로 넣는 등 두드려야 할 쇠붙이를 연신 망치 밑에다 잽싸게 이리저리 집어 넣고 있었다.

이 한 조각의 볼품없는 무쇠덩이가 예술의 음향을 발산시키는 악기로서 징의 모습으로 태어나기 까지는 수없이 많은 힘든 작업 공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렇게 해서 완성되어 만들어진 징이 징다운 소리를 내지 못하고 악기로서의 구실을 할 수 없을 때 그 징은 다시 한 조각의 쉿덩어리로 버려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징 만드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피눈물이 나는 가혹한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하기야 이 세상에서 고통이 아닌 삶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징 만드는 일은 어느 일보다 힘들고 그래서 지금까지 수 없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였던가.

세월로 치면 5년이 흘러간 듯 싶다. 강범구 씨는 아들이 두드리는 망치 밑에다 벌겋게 달구어진 쇠붙이를 집게로 집어 이리저리 넣으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길을 곰곰이 회상해 보았다. 언제 그만한 세월이 흘렀는지 꿈만 같았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오직 징 만드는 일만 하면서 살았다. 그 일이 어찌나 좋던지 미치고 홀딱 반해 살아온 세월이었다. 지금의 장인匠人이 되기까지 참으로 무척이나 어려운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어 왔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아련할 뿐이었다. 묵묵히 평생을 통해 내조해 준 아내와 아버지가 바라는 길을 군말없이 걸어 가겠다고 나선 아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하지만 강범구 씨는 지금 걱정이 태산 같았다. 아들이 아직도 징 만드는 기술이 자기만큼 턱없이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장인’ 기술을 아들에게 전수시키겠다는 아버지의 피눈물나는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기술은 영 신통치가 않았고 한계에 도달했는지 여기서 한 발짝도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우우웅....”

바람을 타고 산 굽이굽이를 넘어 흐르는 징의 아름다운 소리는 누가 들어도 정겨움이 가슴으로 안겨 오건만 아들이 만든 징은 금이 간 쇠붙이를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일 뿐 도무지 악기로서의 예술적인 징 소리는 나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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