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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 = 멀리서 바라보면 나무로 만든 닭이다

 

 

 

 

칼럼

 

 

       멀리서 바라보면 나무로 만든 닭이다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남자는 삼국(三國)을 읽지 말고 여자는 서상(西廂)을 읽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삼국이란 삼국지(三國志)를, 서상이란 서상기(西廂記)를 말한다. 권모술수가 넘쳐 흐르는 ‘삼국지’를 탐독하면 남자는 이내 권모술수를 좋아하게 되고 ‘서상기’를 탐독하면 여자는 음란해진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서 위(魏), 오(吳), 촉(蜀)의 삼파전을 그린 ‘삼국지’ 전편에 걸쳐 권모술수로 장식되는 것은 당연하며 또 그것이 삼국지의 재미이기도 하다. ‘삼국지’에는 여러 책사들이 등장하는데 가장 특이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사마의(司馬懿)이다. 그는 군사적 재능은 물론 정치적 수완에서 조조(曹操)가 경의를 표할 만큼 걸출한 인물이다. 그는 위왕조(魏王朝)의 뒤를 이어 진왕조(晉王朝)의 실질적인 창업자가 되었다.

 

고대나 현대나 한 국가의 통치자는 정치적 수완은 물론이고 경제적, 군사적 재능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던가?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이 건국되는 과정에서 치룬 전쟁에서 영웅이며,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발전에는 공헌했다. 그렇다면 왜 훌륭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것은 프랑스 나폴레옹의 “정치는 원래 투쟁 아니면 중상, 모략이고, 아부와 매수 아니면 죽음이다.”라고 한 말과 같아서가 아닌가 싶다. 한국의 정치도 여기에 많이 닮았다. 그래서 정치는 속된 말로 더러워서 못한다는 말도 있다. 한국에서 정당이 당명을 자주 바꾸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 구조를 200년이나 견지하고 있는 미국의 정당에 비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다. 더욱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은 4월(22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투표 용지가 51.9cm라는 것이다. 총선 역사상 가장 길다고 한다. 다른 국가에도 이런 투표용지가 있는 지 궁금하다.

 

한국처럼 대통령 1인에게 막강한 권력이 주어지는 국가에서는 강력한 야당이 있어야 대통령이 무능하면 탄핵으로 하야시킬 수가 있다. 다만 대통령을 식물인간으로 만들려는 의도로 이를 악용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대통령의 책임과 의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혼자만 편하게 살면 된다’는 듯한 모양새로 국민들은 살기 어려워 허덕이는데 민생을 살펴야 할 시간에 집에서 개나 만지고 있는 무능한 대통령을 다시는 뽑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장자에서는 이상적인 지도자 상에 대한 말이 있다 “역경에 닥쳐도 불만을 품지 않고 출세를 기뻐하지 않으며, 모든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백성을 배신하는 계략을 꾸미지 않으며, 실패에도 굴하지 않으며, 성공해도 으스대지 않는다.” 또 이런 말도 있다. “마음은 거울과 같다. 거울은 움직이지 않지만 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춰준다. 그러나 지나가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으며 상처를 받지 않는다.”

 

중국 정나라에 싸움 닭을 훈련시키는 기성자(記渻子)라는 명인이 있었다. 어느 날 왕은 기성자에게 닭 한 마리를 훈련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닭은 훈련시킨지 20일이 지나자 왕이 물었다. “어떤가? 이제 싸움을 시켜도 되겠는가?” 기성자가 대답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은 저돌적으로 살기를 드러내며 끊임없이 싸울 상대를 찾고 있습니다.” 다시 20일이 지나 왕이 묻자 대답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를 듣거나 그림자만 봐도 덮치려고 날뜁니다.” 또 다시 20일이 지났다. 왕이 묻자 대답했다. “아직도 훈련이 덜 됐습니다. 여전히 다른 닭을 노려 보거나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또 다시 20일이 지나 왕이 묻자 대답했다. “이제 됐습니다. 이제는 상대 닭이 아무리 싸움을 잘하고 소리치며 덤벼 들어도 조금도 기가 죽거나 동요하지 않고 잘 싸워서 이길 것입니다. 멀리서 보면 흡사 나무를 깎아 만든 닭처럼 보입니다. 이는 덕(德)이 충만하다는 증거이며, 어떤 닭도 당해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의 모습만 바도 모든 닭이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도망칠 것입니다.”

 

원문은 이렇다. ‘멀리서 바라보면 나무로 만든 닭과 같다. 그 덕(德)이 온전해 진 것이다(望之似木鷄埃其德埃)’ 덕은 학식과 재능은 물론 권모술수도 포함된다. 이러한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으면서 겉보기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닭과 같지만 상대는 꼬리를 내리고 도망가니 상대를 압도하는 능력과 위엄이 단연 돋보인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유명한 씨름선수인 후타마 야마(雙葉山)는 훈련도장 벽에 목계(木鷄)란 글자를 써붙혀 놓고 이 경지를 목표로 자신을 단련시켜 최강의 선수가 되었다고 한다. 대통령이라면 이런 수준은 돼야 한다. 서양 속담에 ‘젊은 과학자는 있을 수 있어도 젊은 정치가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상대적인 말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치에 맞는 말이다. 이런 말이 나온 배경에는 과학자는 지혜가 필요하지만 정치가는 지혜와 경험도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험이 지혜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지만 경험이 지혜를 창조할 수도 있다. 그런데 경험은 일정한 기간동안 쌓은 연륜이 없으면 형성될 수 없다. 이것은 우리나라 정치 초년생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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