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마지막회)
재심청구(再審請求)
재성이는 오광철의 손을 잡고 뛸뜻이 기뻐했다. 이제야 자기의 무죄가 입증될 수 있는 증인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재성이는 무죄를 주장하며 고등법원에 재심청구를 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재심청구를 낸 솟장이 이유 없다고 기각이 된 것이었다. 재성이는 다시 항소하기 위해 칠성이가 거짓 진술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오광철을 증인으로 내세워 다시 항소를 했다. 항소를 하면서 동료 공안원인 박인구 씨도 함께 고소했다. 박인구 씨는 소매치기로부터 받은 돈을 재성이와 나누어 갖자고 권유한 사람이었고, 재성이가 돈을 받지 않자 앙심을 품고 재성이가 칠성이를 검거할 때도 협조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오광철은 칠성이가 재성이에게 뇌물을 주었다고 한힌 것은 거짓이며, 소매치기에게 뇌물을 받은 공안원이 뇌물을 받지 않는 재성이에게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 위한 모함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박인구 씨는 소매치기에게 받은 돈을 재성이에게 나누어 갖자고 했지만 재성이가 받지 않았다고 사실대로 진술하자 재성이의 무죄는 확증되었다.
재판 결과 무죄였다.
교도소 수감 생활과 소송기간을 합쳐 4년이란 긴 세월동안 재성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당했다. 소송비도 적지 않게 들어갔다. 어디 그뿐인가. 사건 내용을 잘 모르는 이웃 사람들은 재성이를 전과자로 바라보면서 곱지 않는 시선을 던졌다. 그러다 보니 취업하기도 쉽지 않았다. 더구나 재성이는 평생을 씻을 수 없을 만큼 어머니가 자기 때문에 질병 치료도 재대로 못하고 세상을 떠난 일이었다. 어머니는 아들 재성이가 출옥하기 전 두달쯤 전에 세상을 떠났다. 더 이상 식물 인간으로 버틸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재성이는 자기에게 주어진 이 모든 슬픔이 몇 푼의 돈에 현혹되어 소매치기들과 야합한 몇몇 철도 공안원 때문이란 걸 생각하니 인간이 산다는 것이 조금은 서글퍼졌다. 하지만 이왕 당한 일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엇하라! 어차리 목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걸..
재성이는 남은 인생이나마 아내와 자식들은 이끌고 20여년 전에 살던 충북 앙성면의 광산촌을 항해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는 버스 창문에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며 자기처럼 이런 억울한 일이 이 세상에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3년 동안 서울에서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데 대해 보상 받을 길이 없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3년동안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생각하면 할수록 뼈마디 마디에 한으로 맺혀짐을 어찌할 수 없었다.
“사람이란 말이여, 팔자에 없는 노릇은 못하는 벱이여.. 두더지 새끼는 두더지로 땅을 파먹고 살아야제.. 철도 공안원은 무신 공안원이야!... 니가 철도 공안원만 안 됐어도 이렇게 억울하게 옥살이는 안했을 기 아닌가베여!...”
세상을 떠나기전에 아들의 손을 잡고 통곡을 하시던 어머니 말씀이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 도로를 달려가는 버스의 바퀴소리에 섞여 연신 재성이의 귓가에 스무스물 흘러 들어 왔다.
아직도 광산촌에는 윤 노인이랑 채광부 박 과장이며 선광부 김 주임도 그대로 있겠지... 아니야... 윤 노인은 나이가 많아 이미 죽었을테고 아직도 있다면 박 과장이나 김 주임은 몰라도...이들이 아직 있다고 해도 퍽이나 늙었을 테니..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버스는 어느새 이천을 지나 장호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