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bc 제2회 방송작품현상공모 단편소설 수상작 권우상 作 (제16회)
재심청구(再審請求)
이런 고통은 추운 겨울 새벽에 일어나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집집마다 찾아 다니며 장사하는 고통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아들이 불명예스러운 억울 죄명을 뒤집어 쓰고 징역살이를 하게 되자 재성이의 어머니도 지병인 결핵성 뇌막염 증세가 악화되는가 싶더니 울화병까지 유발되어 병석에서 죽음만 기다리는 식물인간의 처지가 되어 버렸다.
윤 씨는 남편이 출옥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시어머니의 병을 간호해 가면서 행상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 갔다. 참으로 여자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그럴 때마다 한 없이 흐르는 눈물을 옷깃에 적시며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자꾸만 약해져 가는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그녀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살아야 한다. 이를 악물고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해...
윤 씨는 자꾸만 저 깊은 절망의 골짜기로 달려가는 허약한 마음 한 가닥이 가슴에 울컥 치솟을 때마다 이래서는 안된다고 다심을 하곤 했다. 세월은 그렇게 흘렀다. 이러한 윤 씨의 갸륵한 정성에 힘입어 재성이는 모범수로 형기 만료 6개월을 남겨 놓고 8.15 특사로 출감했다. 여섯 달이 감형되었지만 재성이로서는 3년이란 세월이 너무나 억울하고 지루한 나날이었다.
특히 자기 때문에 아내가 죽을만큼 고생한 걸 생각하면 뼈골이 쑤시고 아팠다. 재성이는 자신이 이렇게 바보처럼 3년동안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게 너무 억울하여 건딜 수가 없었다.
자신이 감옥살이를 한 것도 한 것이지만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자식들까지 죄수 집안이라는 불명예를 갖게 된 것이 너무나 분하고 억울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 불명예의 치욕을 설복해야 하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 만한 증인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며칠을 궁리한 끝에 소매치기 칠성이파 부두목격인 오광철을 찾아 갔다. 그는 청량리 과일 도매상 부근에서 어렵게 살고 있었다. 3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오광철은 소매치기에서 손을 떼고 넝마주이가 되어 있었다. 재성이가 오광철을 붙잡고 그동안 억울하게 징역살이를 한 일이며, 그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시건들을 말하고 자신의 무죄를 증언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오광철은 소매치기 두목 칠성이와 이권 문제로 다투다가 칠성이파에서 탈퇴하여 넝마주이 세력을 조직하고 있었다. 재성이는 오광철을 붙잡고 공안원 들이 칠성이와 결탁한 사실과 칠성이가 좌없는 자신을 억울하게 누명을 씌우고 있다는 것을 증언해 주기를 간곡히 애원했다. 오광철도 공안원들이 칠성이와 결탁하여 뇌물을 거래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재성이가 청렴 결백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오광철은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좋소이다!”
하며 승낙했다. 오광철로서는 칠성이에게 타격을 주어도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형! 정말 고맙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