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권우상 칼럼 = 전쟁에서 첫 번째 만나는 적은 공포심

 

 

 

 

칼럼

 

 

               전쟁에서 첫 번째 만나는 적은 공포심

 

 

                                                             권우상

                                                사주추명학자. 역사소설가

 

 

‘적과 싸우기 전에 먼저 공포와 싸워 이겨야 한다. 공포는 지혜로 찾아 가는 길에서 만나는 첫 번째 적이다’ 병법서에 자주 나오는 말이다. 전쟁을 하는 군대는 먼저 적으로부터 공포심을 없애야 한다. 어느 나라든지 잘 훈련된 군대는 공포심이 없다. 초(楚)나라와 한(漢)나라가 전쟁을 벌릴 때 일어난 일이다. 한나라 군대는 강한 초나라 군대를 물리칠 생각에 골몰했지만 공포심 때문에 좀처럼 좋은 계책이 나오지 않았다. 초나라 군대를 지휘하는 항우는 뛰어난 용장이라 싸움에는 공포심이 없다. 항우(項羽) 뒤에는 전략가 범증(范增)이 있어 싸울 계략을 알고 있었다. 한나라 유방에는 전략가 장량이 있었지만 싸움에서 직접 맞붙어 싸우면 공포심이 많은 유방은 항우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만큼 항우는 공포심을 모르는 뛰어난 장수였다. 외모만 봐도 적을 제압할 만한 체격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천근이나 되는 무쇠 솥을 들었다고 하니 그의 힘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장량은 한나라가 초나라를 이기기 위해서는 초나라 전략가 범증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이때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는 성고(成皐)에서 맹렬한 전투를 하고 있었다. 초나라 군대의 기세가 워낙 강하여 한나라 군대는 상당한 고전을 겪고 있었다.

 

항우는 형양성을 포위한 채 유방의 군대를 압박해 들어가고 있었지만 좀처럼 결판이 나지 않자 한나라에서는 초나라에 항복할 것이라는 정보를 초나라 측에 흘렸다. 장량의 계략이었다. 항우는 진위 여부를 알려고 사신을 유방의 군대에 보내어 한나라 군대의 동향을 살피게 했다. 유방의 부하 장수인 진평이 사신을 맞았다. 진평은 항우의 사신을 최고급 사신으로 대접했다. 그리고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어디서 오셨는지요?” 하고 묻자 사신은 “예, 저는 패왕(항우)께서 보낸 사신입니다. 듣건데 한나라에서 항복할 의향이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그러자 진평은 펄쩍 뛸 듯이 “항복이라니요?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우리는 조만간 초나라 패왕이 항복하거나 스스로 무너지리라 보고 있습니다.” 진평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차갑게 말했다. “나는 그대가 범증이 보낸 사람인 줄 알았소.” 진평은 말을 끝내고 하인에게 눈짓을 하자 하인은 식탁에 차려진 산해진미를 몽땅 가져가 버렸다.

 

그리고 잠시후 야채로 된 음식을 차려 놓았다. 그것도 먹을려면 먹고 싫으면 말라는 태도였다. 그리고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밖으로 나가버렸다. 혼자 있게 된 항우의 사신은 한쪽에 놓인 탁자에 눈길이 멎었다. 거기에는 두루마리로 된 서신이 여러 개 있었는데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보낸 사람이 범증 이름으로 된 서신이었다. 사신은 그 두루마리를 펴서 읽다가 깜짝 놀랐다. 초나라 항우의 책사인 범증이 한나라 유방과 내통한다는 내용이었다. 항우의 사신은 곧바로 그곳을 빠져 나와 초나라 진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항우에게 서신의 내용을 보고했다. 항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항우는 범증의 거동을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범증은 한나라를 공격할 때가 되었다고 하면서 공격을 권유했다. 그런데 항우는 “뭐가 그리도 급하십니까? 좀더 준비를 해야지 않습니까.” 하면서 공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범증은 “기회를 놓치면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하고 거듭 공격할 것을 권유했지만 항우는 “무슨 잔소리가 많습니까?” 하면서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보였다.

 

항우는 지금 한나라를 공격하라고 하는 것은 한나라와 내통한 범증이 초나라 군대를 곤경에 몰아 넣을려고 하는 속임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항우는 범증을 밖으로 쫓아냈다. 뜻밖의 일을 당한 범증은 그제야 항우가 자신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항우의 사신이 한나라 진영에 가서 몰래 본 서신은 유방의 책사 장량의 계략이었다. 범증은 근래에 와서 항우가 자신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치밀어 울분을 토했다. 범증은 이제 자신은 늙었으니 쓸모가 없어 항우가 자신을 내쳤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범증은 고향으로 돌아갔다. 범증은 초나라의 운명이 다 되었음을 알고 한탄했다. 초나라 항우는 전략가 범증을 잃었고, 전쟁에서도 한나라에게 패했다. 그후에도 초나라 항우는 한나라 유방과의 전쟁에서 연전연패했다. 유방에는 책사 장량이 있지만 초나라는 책사 범증이 없다는 공포심 때문이다. 범증이 죽은 후 항우는 다시는 범증과 같은 뛰어난 전략가를 얻지 못했다. 그 결과 초나라는 멸망하고 항우도 목숨을 잃었다. 지금 우크라니아~러시아전에서 첨단 무기로 싸우고 있지만 무기를 다루는 것도 병사들이기 때문에 우선 적에 대한 공포심이 없어야 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