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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 = 싸우지 않고 상대를 패배시켜라 (無手勝流)

 

 

 

칼럼

 

 

     싸우지 않고 상대를 패배시켜라(無手勝流)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농부와 상인, 장인들이 가득하게 탄 나룻배에서 한 젊은 무사가 1미터 길이의 장검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젊은 무사의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지만 사실은 이 공격적인 젊은 무사에게 두려움을 느껴 듣는 척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한 노인만이 홀로 떨어져 앉은 채 젊은 무사의 무용담을 무시했다. 그 노인이 길고 짧은 두 자루의 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사임에 틀림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 노인이 일본 최고의 검객인 쓰가하라 보쿠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시 그 노인의 나이는 쉰 살이 넘었고, 신분은 숨긴 채 혼자 여행중이었다. 보쿠텐은 눈을 감고 마치 깊은 명상에 잠긴 듯했다.

 

 

그의 고요와 침묵이 젊은 무사에게 오만하게 보여 신경을 거슬리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었던 젊은 무사는 소리쳤다. “당신은 이런 이야기를 싫어 하나? 당신은 검을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 모양이군. 늙은이, 그렇지 않은가?” 그러자 보쿠텐이 대답했다. “물론 아주 잘 알지. 하지만 내 방식은 이런 하찮은 일로 칼을 휘두르는 게 아닐세, 그리고 말일세, 칼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것도 칼을 쓰는 방법 중에 하나지.” “헛소리 하지 마라. 네 유파는 뭐냐?” 보쿠텐이 대꾸했다. “내 유파는 무수승류(無手勝流 : 검을 사용하거나 싸우지 않고 이기는 유파)라고 한다네.” 젊은 무사는 가소롭다는 듯 대꾸했다. “뭐라고? 무수승류라니, 웃기는 소리 하자 마라, 어떻게 싸우지 않고 상대를 패배시킨단 말인가?” 화가 난 젊은 무사는 한 판 붙자고 대결 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보쿠텐은 사람이 많은 나룻배 위에서 대결하기를 거부하며 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섬에 내려서 대결을 하자고 했다. 젊은 무사는 미리 몸을 풀기 위해 칼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보쿠텐은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 눈을 뜨지 않았다. 섬이 가까워지자 참을성이 없이 싸우고 싶은 젊은이 무사가 소리쳤다. “와라! 너는 이제 내 칼에 죽었다. 내 칼 솜씨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보여 주겠다!” 그리고 몸을 날려 섬에 내려섰다. 그러나 보쿠텐은 여전히 뜸을 들이면서 젊은 무사의 화를 더욱 돋우었다. 젊은 무사의 화를 더욱 돋우고 나서 사공에게 자기의 칼을 맡키고 말했다. “내 유파는 무수승류요. 그러니 칼은 필요 없으니 잠시 맡아 주시오.” 하고는 칼 대신 손에서 노를 받아 쥐고는 힘껏 해변을 밀었다. 그러자 나룻배는 빠르게 강 한 가운데로 나오면서 섬에서 멀어졌다. 젊은 무사는 배를 돌리라고 소리를 질렀다.

 

 

보쿠텐은 말했다. “이게 바로 싸우지 않고 상대를 패배시키는 방법이다. 네가 살고 싶으면 헤엄쳐 와 봐라!” 배에 탄 사람들은 젊은 무사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젊은 무사는 섬에 홀로 남겨진 채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그가 팔을 휘저으며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됐지만 멀어져 갔다. 배 안에 탄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보쿠텐은 싸우지 않고 확실하게 상대를 패배시키는 무수승류(無手勝流)의 시범을 보여준 것이다. 젊은 무사의 오만한 말을 듣는 순간 보쿠텐은 사람이 많은 나룻배 위에서 싸우면 재앙을 초래할 것을 알고 불필요한 희생자를 낼 것을 회피한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해서 나룻배 안에서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상대를 조용히 배에서 추방시키는 방법으로 상대에게 패배를 안겨 줬다. 즉 책략을 이용한 것이다.

 

 

개인간의 싸움이나 집단 또는 국가간의 전쟁에서도 책략전의 목적은 쉽게 승리를 거두는 데 있으며, 상대방이 유리한 위치를 벗어나 균형을 상실한 채 새롭게 설정된 위치에서 싸움에 임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전쟁은 오로지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기습적인 포위 혹은 강력한 정면 공격은 적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을 때 파괴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책략전은 너무 많은 대안을 생각하면 혼란에 빠져 실패할 수 있기에 단순해야 한다. 대안 범위를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설정하라. 책략전은 적군이 알지 못하게 하라. 그리고 일단 설정이 되면 번개처럼 신속하게 공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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