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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 다라국의 후예들 제3부 제46회

 

 

권우상(權禹相) 장편 역사소설 제3부 제46회

 

 

                    다라국의 후예들

 

 

 

이러한 방(榜)을 붙인지 며칠이 지나도 누구 한 사람 나서는 용사가 없었으며, 그런 상이 탐이 나서라도 빨리 어떤 장사가 나와 주기만을 거연무왕은 기다렸다.

“돈도 좋고 벼슬도 탐나지만, 그보다는 제 목숨이 아까운 모양이구만.”

호랑이 앞에서는 상(賞)도 필요 없다는 것이 백성들의 여론이었다.

이때 가회골 근처에 최종서(崔鐘瑞)라는 가난한 선비가 있었다. 그의 나이는 사십이 가까웠으나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공부를 열심히 했다. 벼슬을 해볼 생각도 있었고 실력에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너무 고지식하고 주변(籌辨)이 없어서 젊은 시절에 기회를 놓치고 이제는 낙(樂)으로 책을 읽으면서 아들 송빈이나 공부를 잘 시켜 자기가 이루지 못한 관리를 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호랑이 때문에 자기 마을 사람들이 잡아 먹히고, 주야로 전전긍긍하는 것을 보고 의협심이 생겼다.

‘내가 글공부를 하는 것은 벼슬을 하거나 재야(在野)의 선비가 되어 백성을 구제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려는 목적이 있지 않은가! 의로운 일을 보고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자기 일신의 안일만을 추구해서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유명한 장군들도 감히 해낼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호랑이를 내가 잡아서 백성을 구제해야겠다’

그런 결심을 한 최종서는 먼저 아내에게 상의했다. 남편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순종하던 아내도 깜짝 놀라서 남편의 그런 무모한 생각을 만류하려고 했다.

“여보, 당신이 항상 나더러 농사 지어서 밥만 먹으면 족하니 바가지 긁지 말래서 나도 이젠 송빈이 크는 것만 낙으로 삼고 다른 욕심은 다 버렸는데 당신이 도리어 실성한 모양이니 웬 말이오?”

아내는 남편을 원망하기부터 했다. 남편이 호랑이를 잡겠다는 이유가 상금을 타고 시골 관청의 아전 감투라도 쓰려는 값싼 공명심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실성을 하다니? 무슨 말이 그리 하시오.”

“딴소리 말아요. 당신이 그런 상금은 안 타도 좋고 시골 나으리 안되도 좋아요. 아무리 가난해도 내가 언제 당신 공부하는데 부족하게 했어요?”

“허허. 당신까지 내 마음을 이리도 몰라 주오. 내가 호랑이를 잡겠다는 것은 결코 상금 따위를 바라는 불순한 이유에서가 아니오. 도대체 선비로서 글을 배우는 목적이 뭐요. 남의 불행을 돕고 세상을 위하려는 데 있지 않소. 내 고장 사람을 함부로 잡아먹는 잔악한 호랑이를 그대로 보기만 하고 나 혼자만 편히 글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거짓공부가 아니고 뭐요.”

“당신이 상금 욕심에서 그런 모험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호랑이 밥이 될 줄 뻔히 아는 일을 왜 한단 말이요. 그런 것도 실성한 마음이 아니고 뭐예요.”

“정의를 위한 지극한 마음만 있으면 내가 쏜 화살은 호랑이가 아니라 바위라도 뚫을 테니 걱정말아요.”

“나라에서 이름난 포수들도 다 실패하고 죽기까지 했는데 활 한번 칼 한 번 잡아보지 않은 당신같은 글만 읽는 선비가 무슨 수로 동물중에 왕인 호랑이를 잡아요”

“정신일도(精神一到)면 하사불성(何事不成)이라 했는데 나의 비장한 결의가 그까짓 산짐승 한 마리쯤 처치 못하겠소.”

“딱한 소리 그만 해요. 참으로 답답하네요”

“답답한 소린 당신이 하고 있지 않소.”

남편 최종서는 끝까지 호언장담했다. 그만한 의기가 없이는 무서운 호랑이를 잡겠다는 생각을 못했겠지만, 힘도 장사가 아니고 칼이나 활 하나 쏠 줄 모르는 그로서는 무모한 말장난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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