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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장편 역사소설 = 다라국의 후예들 제2부 제39회

 

 

 

권우상(權禹相) 장편 역사소설 제2부 제39회

 

 

다라국의 후예들

 

 

“올해 열 일곱이오만...”

하는 배진우의 말에 각송은 잠시 뜸을 들더니 침착하게 왕께서 우리 마을에 행차 하시면 따님을 진상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배진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저 자가 금덩이보다 더 귀한 딸 윤화(允花)를 왕에게 받치는 진상품쯤으로 생각하다니 하는 생각에 속으로 부아를 삭이며 얼굴이 굳어져 가는 배진우를 쳐다보는 오각송은

“생각해 보십시오. 일만 잘 되면 따님은 상왕의 총애를 받아 대궐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절로 굴러온 알밤이 아니오. 비록 상왕(上王)의 나이가 첩실이긴 하지만 그래도 왕비의 대접을 받으니 이 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소. 이번 에 상왕께서 우리 마을에 민심을 살피러 온다고 하니 이 기회에 딸을 상왕께 받치는 것이 좋지 않겠소.”

하자 배진우는

“듣기 싫소. 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하시오. 왕의 나이가 젊은 것 아니고 예순이 넘은 노인에게 첩실로 주라니 내 오늘 들은 말은 못들은 것으로 하겠소!”

하더니 오각송이 다시 뭐라고 말을 꺼내기 전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그날 밤 배진우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나 뿐인 외동딸 윤화를 어려서부터 금지옥엽으로 곱게 키웠고 처녀가 된 지금은 미색이나 성품으로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온 마을에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런 딸을 아무리 나라의 임금이라고는 하지만 칠순의 노인에게 진상품으로 받치라니. 이 사람이 미쳐도 아주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했다. 진우는 생각할수록 기가 차고 화가 났다. 아무리 미천한 백성의 딸자식이라 하지만 짐승도 아닌 사람을 진상품으로 받치라니. 이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배진우는 마음 속으로 분개하고 있었다. 이 일로 배진우는 잠 한숨 못자고 꼬박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냈다.

그동안 마을에서는 거타지왕을 맞이 할 준비를 하느라고 온통 야단법석이었다. 그러나 배진우는 갈수록 마음이 초조하기만 했다. 처음에는 화가 나고 분하던 것이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지날수록 걱정과 원망으로 바뀌었다. 혹 촌장이 이번 일을 꼬투리 삼아 우리 식구들을 못살게 구는 건 아닐까? 아니 어쩌면 촌장의 위세로 우리 윤화를 억지로라도 상왕에게 진상할지도 몰라...

배진우는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물론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아 밥도 제대로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고 물만 들이켰다. 윤화는 아버지가 며칠전 촌장 오각송을 만나고 온 다음부터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자지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윤화(允花)는 슬그머니 아버지에게 요즘 무슨 걱정이 있느냐고 물었다. 갑작스런 딸의 질문에 배진우는 약간 당황한 얼굴빛을 띄우며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니하고 하면서 걱정은 무슨 걱정이 있겠느냐고 둘러댔다. 그러자 윤화(允花)는

“아버님께서 촌장 어른을 만나시고 오신 후부터는 얼굴에 늘 근심이 드리워져 있으시는데 무슨 걱정이신지 말씀해 보셔요?”

했지만 아무 걱정도 없다고 하였다. 윤화(允花)는

“거짓말 마셔요. 아버님께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잠도 못주무시는 것은 무슨 걱정이 있으신 게 분명합니다. 어서 말씀해 보셔요?”

하자 배진우는 아무런 걱정도 없다고 하면서 딸을 피해 자리를 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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