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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칼럼 = 거미와 부처님

 

 

 

칼럼

 

 

                                거미와 부처님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대각사’라는 사찰에는 향을 피우고 예불을 올리는 사람들로 늘 북적댔다. 이 사찰 대들보에는 거미 한 마리가 그물을 지어 살고 있었다. 천년 동안 매일 향을 맡으며 수련을 한 거미는 불심이 쌓이기 시작했다. 부처님이 향이 자욱한 것을 보고 사람들의 깊은 신심을 기뻐했다. 부처님은 거미를 발견하고 물었다. “너와 내가 서로 만난 것도 인연일 것이다. 보아하니 너는 천년 동안 수련을 했나 보구나. 내가 한 가지 물을테니 대답해 보아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얻지 못한 것’과 ‘막 잃어버린 것’입니다. 부처님이 떠나고 천년의 시간이 지났다. 거미는 여전히 사찰의 대들보 위에서 수련을 계속하면서 불심을 쌓았다. 부처님이 다시 사찰에 와서 거미에게 말했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 천년 전에 내가 물었던 그 질문을 기억하느냐?“ “예.” “그렇다면 그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느냐?” “여전히 제 생각에는 ‘얻지 못한 것’과 ‘막 잃어버린 것’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같습니다.” “흠, 천년 후에 찾아 올테니 좀 더 생각해 보아라” 다시 천년이 지났다. 어느 날 바람이 불어 이슬이 거미의 거물에 얹혔다. 이슬을 보며 거미는 영롱하고 투명한 모습에 사랑을 느끼게 되자, 이슬만 봐도 마음이 즐거웠고, 지금까지 3천년 전의 시간 중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에 이슬은 사라졌다. 거미는 귀중한 것을 잃은 듯한 적막함과 괴로움을 느꼈다. 부처님이 거미 앞에 나타나 물었다. “천년 동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한 문제를 잘 생각해 보았느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얻지 못한 것’과 ‘막 잃어버린 것’입니다. 이번에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인간 세상에 가서 살아 보아라” 거미는 어느 집안에서 인간으로 태어났다. 부모는 딸에게 ‘거미’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거미는 열 여섯 살의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했다. 어느 날 왕은 장원에 급제한 ‘감로(甘露)’를 축하하기 위해 연회를 열었다. 거미를 포함해서 많은 소녀들과 왕의 딸 공주가 연회에 참석했다. 연회장에서 감로는 시를 옲으며 예술적 재능을 보였다. 연회에 참석한 소녀들은 학문과 예술에 출중하고 수려한 외모를 가진 감로에게 한 눈에 매료되었다. 이건 부처님이 그녀에게 준 인연이라 생각하면서 감로가 선택할 여자는 자신일 것이라고 거미는 확신했다. 며칠후, 거미가 어머니와 함께 사찰에 예불을 드리러 갔는데, 마침 감로도 어머니와 함께 사찰에 왔다. 향을 피우고 대화를 나누자 거미는 매우 기뻤다. 하지만 거미를 대하는 감로(甘露)의 태도는 다정하지 않자 거미는 말했다. “설마 16년전에 우리가 대각사 거미줄에서 만났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니겠죠?“ ”아가씨, 당신은 얼굴도 예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신 것 같습니다.“ 감로는 자리를 떠났다. 거미는 ‘부처님께서 인연을 점지해 주시면서 그 사람은 왜 우리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한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며칠 후 왕은 감로와 공주, 그리고 거미와 태자의 결혼식을 거행하라고 명령했다. 거미는 감로를 못잊어 식음을 전폐하고 눕자 위독하게 되었다. 태자가 말했다. ”수많은 아가씨들 중에서 첫눈에 당신에게 반해 부왕께 간청해서 결혼 승락을 얻어 냈습니다. 당신이 죽는다면 나도 함께 죽겠습니다.“ 그는 칼을 꺼냈다. 부처님은 말했다. ”거미야, 감로는 공주를 위한 사람이다. 그는 너의 삶에서 손님일 뿐이다. 그렇지만 태자는 아니다. 거미야, 다시 묻겠다. 무엇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느냐?“ 거미는 그제야 깨닫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얻지 못한 것도 막 잃어버린 것도 아니며, 지금 바로 잡을 수 있는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가장 소중합니다“ 거미의 영혼은 제 자리로 돌아왔다. 병석에서 거미가 눈을 뜨자 자결하려고 칼 쥔 태자의 모습에 놀라 황급히 태자의 칼을 쳐서 떨어뜨리고 그를 꼭 껴안았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인간의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인가를 가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추구하는 과정에 있다.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행복, 그것이 가장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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