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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자 기고문] 한 달 생활비 65만 원

김무경 실로암요양원(장애인거주시설) 원목/상담지원팀장

한 달 생활비 65만 원

 

SNS를 통하여 만나게 되어 길벗으로 함께 이생을 살아가는 분이 계십니다. 두 번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목사님, 소개를 어떻게 할까요?”라고 했더니, ”프로필은 제가 학벌타파 운동으로 다 버렸습니다. 그냥 세월호 십자가를 깎는 목사로 소개 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당신을 소개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솔직히 제가 알고싶었던 건데, 그저 ‘학벌타파’라고 하니, 학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저로선 동지를 만난 기쁨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우리 어르신들에게 ‘세월호 십자가를 깎는 목사’가 온다고 했더니, 다들 궁금하신가 봅니다.

 

그래서 “65만 원으로 한 달을 사는 목사인데, 예수님처럼 목수에요.”라고 했더니, “어떻게 65만 원으로 사느냐”고 다들 말도 안된답니다.

 

이분을 만날 때 65만 원이었고, 3년이 지난 지금도 65만 원으로 삽니다. 아들 둘은 성장하여 각자 살고, 부부가 기초생활수급비보다도 더 적은 액수로 한 달을 사는 겁니다. 당연히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기적이 아닙니다. 한 달에 65만 원이라는 돈으로 산다고 하면 다들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합니다. 한 달에 들어오는 수입이 이보다 적을 때도 있었고 지금은 대부분 매달 이보다는 많습니다. 65만 원보다 많으면 제 돈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내 것이 어디 있습니까? 다 하나님 아버지 것을 받아 누리는 것이니 주시는 것 다 받아쓰셔도 되겠지만, 굳이 당신이 정한 액수에 맞추어 사는 이분이 존경스러운 이유입니다.

 

사실, 몇 백억을 주무르는 목사들은 상종하고 싶지도 않지만, 가난한 장애인 성도들이 모이는 작은 개척교회에서조차도 그 주일에 나온 헌금에서 제일 먼저 목사 몫을 챙겨 놓는다는 소리를 들으니 같은 목사로서 억장이 무너집니다.

 

처음 이곳에 올 때, 제가 받는 월급 액수 얘기를 듣고 “정말 이렇게 많이 주세요. 저 이 정도 안 줘도 얼마든지 예배 인도하고 설교할 수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어제(6월 25일) 통장으로 들어온 월급을 보면서 그때보다 배로 받는데도 “이것밖에 안 돼”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이런 속물(俗物)도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속물(俗物)이 되어가는 게 참 부끄럽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華輪(화륜)이라는 이름으로 변방에서 살아가는 한 목사를 통하여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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