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쟁은 정치가의 허황된 도박이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전쟁은 국가를 통치하는 정치가들의 잘못된 판단에서 발생한다. 한국전쟁의 경우도 북한 김일성의 오판에서 발생했다. 지금부터 100년 전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평화로운 한 가정을 떠나 전쟁에 뛰어들게 되었다. 전쟁에 휩쓸린 그들은 국가를 위하는 열정이 고조되어 전쟁에 나갔다. 자원해서 입대한 어느 미국인은 1914년에 이렇게 기록했다. “앞에 놓여 있는 멋진 날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설레고 흥분에 넘친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은 곧 쓰디쓴 좌절로 바뀌었다. 그 거대한 군대들이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여러 해 동안 전쟁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당시 사람들은 그 전쟁을 ‘대전’이라고 불렀지만 오늘날에는 제1차 세계대전이라고 한다. 이 전쟁은 역사상 사상자의 규모가 컸다는 면에서 실로 ‘대전’이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그 전쟁으로 약 1000만 명이 사망하고, 2000만 명이 부상을 당해 불구의 몸이 되었다. 문제는 그 전쟁은 유럽의 정치가들이 저지른 크나큰 실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긴장된 국제 정세가 세계적인 분쟁으로 치닫는 것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아마도 더 중요한 사실은 그 ‘대전’이 엄청난 큰 상처를 남겼다는 점일 것이다. 그 전쟁은 세상을 뒤바꿔 놓았고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이유는 무어일까? 유럽의 지도자들은 ‘한 세대의 몽유병 환자’처럼 행동하다가 평화로웠던 그 1914년 여름에 뜻하지 않게 걸려 넘어져 운명의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왕조들의 몰락—낡은 질서의 쇠퇴 1905-1922년」(The Fall of the Dynasties—The Collapse of the Old Order 1905-1922)이라는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대공이 암살된 지 몇 주 만에 유럽의 주요 강국들은 원치 않았는데도 모두 전쟁에 뛰어들게 되었다. 전쟁이 발발하고 며칠 뒤에 독일 수상은 “어쩌다 이렇게 된 겁니까?”라는 질문을 받자 “이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고 침통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잘못된 판단으로 전쟁을 초래한 지도자들은 그 판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짐작도 못했다.
하지만 참호 속의 군인들에게는 그 결과가 곧 현실로 다가왔다. 군인들은 정치가들이 그들의 기대를 저버렸고, 교직자들이 그들을 속였고, 지휘관들이 그들을 배신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치가들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렸고, 교직자들은 그들을 속였고, 지휘관들은 그들을 배신했다. 정치가들은 전쟁이 새로운 세상, 더 나은 세상을 열어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독일 수상은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평화의 시기에 산업이 산출하는 결실을 누리기 위해, 위대한 과거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우드로 윌슨은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전쟁이 “민주주의를 위한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유명한 문구를 작성하는 데 참여했다. 영국에서는 제1차 세계 대전이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전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두 착각에 빠져 있었다. 지휘관들은 신속히 손쉬운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선의 양편은 교착 상태에 빠져 기진맥진하게 되었다.
그 후 수많은 군인이 겪은 일을 가리켜 한 역사가는 “아마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인류가 그때까지 견딘 대규모의 시련 중에서도 가장 잔혹한 사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수한 희생자가 나는데도, 지휘관들은 기관총으로 총탄을 쏟아붓는 철조망 바리케이드 너머의 적진을 향해 군인들을 계속 투입했다. 군대 내에 집단적인 반항이 만연했던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 역사서는 어느 참전 용사의 이런 말을 인용한다. “1차 대전은 ·한 세대의 정신과 행동 양식을 황폐시켰다.” 사실, 그 전쟁으로 몇몇 제국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 비극적인 전쟁은 인류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한 세기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었다. 혁명과 시위가 일상사가 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전쟁이 세상을 온통 뒤엎어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전쟁은 하나의 큰 사건에 불과했을뿐 전쟁 당사자는 물론 전세게 인류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그래서 전쟁은 정치가의 허황된 도박에 불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