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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방석영 칼럼] 安分知足(안분지족)의 삶

 

2019 기해(己亥)년 가을을 막 보내고 난 아쉬움 때문인지 하늘은 더욱더 높고 청명하며, 꽃들은 더욱더 예쁘고 아름답기만 하다. 하늘이 높고 맑으며 밝은 것은 우리의 마음이 높고 맑으며 밝기 때문이다. 꽃들이 예쁘고 아름다운 것은, 우리의 마음이 예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에 높음과 맑음과 밝음이 없다면, 하늘은 결코 높고 맑고 밝을 수 없다. 우리 마음에 예쁨과 아름다움이 없다면, 그 어떤 꽃도 예쁘고 아름다울 수 없다.

 

心不在焉(심부재언) 視而不見(시이불견) 聽而不聞(청이불문) 食而不知其味 (식이부지기미)라는 가르침이 있다.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는 성현의 말씀이다. ‘처갓집 말뚝을 보고도 절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나에게 마누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못해 밖으로 철철 흘러넘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일 뿐, 처갓집 말뚝이 특별나고 대단해서가 아니란 사실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처럼 우리들에게 어떤 마음이 내재해 있느냐에 따라, 즉 그동안 살아오면서 경험한 온갖 기억 뭉치인 업식(業識)에 따라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 만나는 세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치 ‘개 눈에는 똥만 보이고, 그 옆에 있는 수표가 보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개 눈에 수표가 보이지 않는 것은, 개의 마음속에 수표의 존재가 없는 까닭이다. 이 같은 까닭에 심리학에선 눈, 귀, 코, 혀, 몸, 의식 등 여섯 창을 통해 보이는 세상이 곧 마음의 투영이고 투사일 뿐, 그 밖의 다른 그 무엇이 아니라고 말한다.

 

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화엄경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모든 것은 마음의 짓는 바라고 설파하고 있다. 마음에 있으면 불원천리(不遠千里)고, 마음에 없으면 지척천리(咫尺千里)라는 말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더불어 후기 스토아학파의 거장으로 불리는 노예 출신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We are disturbed not by what happens to us, but by our thoughts about what happens. Suffering is optional."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고통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이와 같은 얘기들 또한 마음 상태가 어떠한가에 따라 격하게 공감하며 귀담아 들을 수도,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외면할 수도 있다. 실상이 이와 같을 진대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삶을 창조해야 할까? 불행한 삶을 창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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