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쁜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바로 가져야 하는 버릇입니다. 누구든지 소유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이 다 있기 마련이지만, 특히 인간관계에서 지나친 소유욕(所有慾)은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를 보면, 어릴 때부터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에 트라우마(trauma. 마음의 상처)로 자리해서 그런지,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꼭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변한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꼭 사고 싶은데, ‘눈도 안 보이는 게 책은 뭐하러 사느냐’라는 계모의 핀잔이 큰 상처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 흔한 딱지 한 장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형편, 게다가 맹아원에서는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했던 시간, 이런 것들이 제겐 고스란히 마음의 상처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소유욕(所有慾)입니다. 잊어버려야 할 사람을 끝까지 마음속에 품고 괴로워하고 있는 겁니다.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마음속에 품어야 할 인연들이 다 있을 겁니다. 시각장애인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에겐 특히 더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강한 소유욕(所有慾)의 발동으로 말미암아 그동안 사 모았던 소장품들을 모두 중고품 시장에 팔았습니다. 불루투스 스피커, 맥북, 마우스, 휴대용 시디롬, 불루투스 이어폰, 시계, 웨어러블 기기, MP3 플레이어, 아이폰, 아이패드 등등.
참 많기도 합니다. 게다가 몇 개는 그냥 공짜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한 마디로 ‘돈 지랄’ 한 겁니다. 하하하
이제는 이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으로 가지고 있었던 물건들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이참에 마음속에 묻어 둔 인연들도 정리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무소유의 삶을 살았던 법정 스님의 글을 옮겨 봅니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 ‘있음’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가 한때일 뿐.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그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법정,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