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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방석영 칼럼] 항룡유회(亢龍有悔)

“수사 지휘권 문제는 나도 현직 검사다 보니 아프다. 그러나 검찰이 지은 업보가 너무 많아서,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 없을 정도로 안에서 돌아가는 게 난장판이다. 국민이 너희가 죄가 많아 (수사권을) 회수해 간다면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토해낸 발언이다. 검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은정 현직 부장검사는 또 “검사는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생각하고 법을 실현하고 관철하는 데 전력해야 하는데, 상급자 명령을 실천하고 관철하는 데 질주했기 때문에 검찰공화국이 됐고 국민들이 검찰권 오남용으로 피해를 보게 됐다”면서 “국민이 검찰공화국 폭주를 막아 달라”고 당부했고 한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문서 위조 혐의 등에 대해 수십 명의 특수부 수사관을 동원해 37일간 70곳을 압수수색한 반면, 자신이 고발한 공문서 위조 검사는 기소조차 하지 않은 것과 관련, “그런 식의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는 사법 정의를 왜곡시킨다”면서 “검찰총장이 사건 접수된 걸 파서 죽여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면 수사하고, 사건을 덮으려고 결심하면 수사 안 해서 증거가 없다고 불기소하는 사건이 얼마나 많겠나"며 현 검찰 조직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는 전언이다.

 

이어 임 부장검사는 자신이 경찰에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청에 고발장을 냈는데 1년 4개월 동안 뭉개는 게 명백한 직무유기여서 부득이 현직 검사임에도 경찰청 문을 두드렸다”고 밝히고, “법무부와 대검, 부산지검이 수사기관 협조에 불응하고, 사문서 위조나 자기소개서는 압수수색하면서 중대 범죄인 공문서 위조는 (영장 신청을) 기각하는 이중 잣대를 보였다”고 비판한 뒤, “검찰이 얼마나 수사지휘권을 조직을 보호하는 데 이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임 부장검사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쏟아낸 주장들을 접하면서, 문득 주역의 64괘중 여섯 효(爻)가 모두 양(陽)으로 이뤄진 중천건괘(重天乾卦)가, 중천건괘 중에서도 특히 마지막 효사인 항룡유회(亢龍有悔)가 스쳐지나갔다. 하늘 끝까지 오른 항룡은 오직 자신을 뒤돌아보고, 뉘우치며, 지극히 겸손할 일 밖에 없다는 의미다. 월만즉휴(月滿則虧) 즉, 달도 차면 반드시 이지러진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성하면 반드시 쇠하게 된다는 말도 떠올랐다. 검찰 개혁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뇌부들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들이 한번쯤은 곱씹으며 되새겨봐야 할 말인 듯하다.

 

 

-본 칼럼은 구미일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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