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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자 기고문] 자네는 목사가 될 사주팔자(四柱八字)야.

김무경 실로암요양원(장애인거주시설) 원목/상담지원팀장

자네는 목사가 될 사주팔자(四柱八字)야.

몇 해 전에 7남매를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간 시각장애인 친구 목사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친구는 원래 떠돌이 점쟁이었습니다. 약시였기 때문에 손에 피리 하나 들고 가는 곳마다 피리를 불면서 사람들이 모이면 점을 쳐주고 밥벌이 하던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이리저리 떠돌면서 맹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가 있었던 맹아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도 종교시설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들이 강제로 예배에 동원 시키는 일 때문에 인권침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만, 그당시는 안나가면 얻어 터지는 것은 기본이었고 밥도 굶겼습니다.

늘 배고파했던 친구는 밥을 얻어먹기 위해서라도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교회에 발을 디딘 친구였는데 예수 믿고 훗날 목사까지 되었습니다.

미국 이민갈 때까지 수원역 앞에서 노방전도를 했습니다. 80년대 초부터 지금은 아파트가 다 들어섰지만 허허벌판에다 움막을 치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렇다보니 먹을 게 없어서 보리밥에 소금 하나 놓고 밥을 먹으면서 생활했는데 사모를 만나 결혼한 후 몇 년까지 제가 조금씩 도움을 주었던 친구입니다.

그런데 좀 특이한 방법으로 전도를 했습니다. 먼저 만나면 생년월일과 난 시를 물어보고 그걸 사주로 풀어주면서 꼭 끝에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예수 믿으면 다 해결되는데, 이번에 한 번 예수 믿어보지 않겠습니까?”

본인의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보면 반드시 서른에 죽을 운이었답니다. 그래서 예수를 믿고 나니 이렇게 오래 산다고 하면서 예수를 한 번 믿어 볼 것을 전도합니다. 저보고 그랬습니다.

“자넨 말이야, 신학교를 가야 해. 자꾸 뺀질거리지 말고 빨리 말을 듣게. 자네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보면 목사 될 팔자야.”

제가 목사 안수 받을 때 누구보다 좋아했던 친구였는데 미국 가서도 노방전도를 하는데 말이 안 되니 영어로 팻말을 적어서 다닌다고 합니다.

제가 있는 요양원 어르신들 가운데 과거 역학(易學)을 직업으로 삼고 사셨던 분들이 있습니다. 본인들 스스로가 점쟁이었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하는 분도 있는가하면 나름대로 자신이 빌었던 곳이 하느님이라고 항변하는 분도 있습니다.

‘오운육기’(五運六氣)라는 한방의 한 부분을 잠시 배웠던 터라 역학이라는 것에 그렇게 거부감이 없습니다만, 기독교인들 보면 그게 무슨 귀신을 부르는 행위도 아니고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풀어가는 것인데 참 예민하게 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거에 점쟁이였다고 하면 마치 무슨 죄인 다루듯 하는 곳이 교회입니다. 당연히 점쟁이들이 스스로 예수 믿겠다고 교회를 찾아올 리 없다는 것을 안다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데도 굉장히 예민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예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고유한 직업으로 삼고 열심히 살다가 이곳에서 노후를 보내기로 하고 오신 분들이어서 다른 건 몰라도 종교만큼은 자유롭게 허락했습니다.

친구의 말처럼 예수를 믿었더니 죽을 운이 오래 산다는 얘기는 기독교인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내게 허락된 하루의 삶을 열심히 살다가 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세상을 사는 동안만큼은 모든 걸 초월하여 서로 사랑하며 살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할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다 타고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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