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삼국시대 재미있는 짧은 야화 (12)
글 : 권우상
김명원(金命元) 재상이 젊었을 때 암행어사가 되어 관서 지방에 갔다. 한 시골 마을 어느 집에서 하룻밤 묵었는데 비가 많이 내려 하루를 더 지체하게 되자 이 집에 있는 예쁜 딸을 몰래 밤에 유인하여 자기 방으로 데리고 와서 옷을 벗기고 알몸으로 마음껏 대리고 돌았다. 그런데 이튿날 처녀는 배가 아프다고 소리쳤다. “아이고 배야.. 배가 뒤틀리고 아파요..아이고 배야..” 처녀가 배를 움켜쥐고 뒹굴자 처녀 어머니는 몹시 당황하여 이웃에 사는 점쟁이 봉사에세 급히 달려가 “우리 딸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뒹굴고 있으니 혹시 귀신이 들었는지 점을 쳐주시오” 하고 말하자 봉사가 점을 쳐보니 이상하다듯 고개를 갸우둥거리면서 “혹시 남쪽 지방에서 온 손님이 있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면서 남쪽 지방에서 온 손님의 ‘살점 한토막’을 ‘육편’으로 얻어서 약을 쓰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녀 어머니는 “아니, 남쪽에서 온 손님이라니요? 우리 집에 한양에서 온 손님이 머물고 있는데요... 한데 육편은 뭡니까?” 봉사는 무릎을 딱치며 “옳거니 그러면 그렇지! 집으로 돌아가서 그 손님에게 ‘육편’을 좀 달라고 해 보시오. 그러면 알아들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처녀 어머니는 ‘육편’이 무슨 뜻인지 모른채 집으로 돌아와 손님 김명원에게 봉사의 점괘를 말하고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 우리 딸 복통 때문에 남쪽 지방 사람의 ‘육편’이 필요하오니 혹시 가지고 계시면 그걸 좀 빌려 주십시오” 김명원은 그 말을 듣고 한타탕 웃고는 “부인, 내가 그 좋은 육편을 가지고는 있습니다만 내 양쪽 다리 사이에 붙은 것이니 잘라 주기는 어렵습니다. 혹시 따님을 나에게 데리고 오면 내가 빌려줄 수는 있습니다.” 하면서 부인의 얼굴을 쳐다보자 부인은 김명원의 표정을 보고 눈치를 챈 듯 “아니 이 양반 이제 보니 엉큼한 사람이구만..” 하고는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부끄러운 얼굴빛으로 잡안으로 들어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