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5회) 협객 장돌복의 지혜 어느날 장돌복이 사는 집 이웃에 가죽신을 만드는(가파치) 상빈(常彬)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상빈은 미모(美貌)의 기생(妓生)에게 마음을 빼앗겨 한번 만나 운우(雲雨)의 정회(情懷)를 풀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으나 상빈(常彬)의 처지로는 그 기생을 만나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일 혼자 마음만 태우다가 화류계에서 장돌복을 모르는 기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장돌복의 힘을 빌어 연모(戀慕)하는 기생과 가까이 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상빈(常彬)은 장돌복의 집에 매달 가죽신 한 켤레를 만들어 보냈다. 여섯달 동안 가죽신 선물을 받은 장돌복은 아무 조건없이 받기가 민망하여 어느날 상빈의 집을 찾아 갔다. 상빈은 장돌복이 찾아오자 반갑게 상좌로 모시고는 이렇게 말했다. “ 이런 천한 가파치 집을 어쩐 일로 찾아 오셨습니까 ? ” 장돌복은 상빈의 안내로 방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오늘 그동안 보내 온 가죽신 값을 갚으려고 왔습니다. 지금까지 나한테 보낸 가죽신 값이 모두 얼마나 되오 ? ” 상빈은 이 말을 듣고 놀라면서 “ 신 값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돈을 받고자 만
권우상 명시 = 삐삐새 삐삐새 외로움을 달래며 나무 끝에 앉아 홀로 우는 새야 짝은 어디 두고 무슨 사연에 혼자 슬피 우느냐 묻어둔 그리움이야 천겁만겁(千劫萬劫) 구름 같지만 한(恨)이 깃든 소리에 잠든 고요가 눈을 뜬다 산계곡 흐르는 물줄기가 청아한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햇살 부르는 꽃봉오리 애틋한 그리움이 서럽도록 가슴에 안긴다. ● 시작노트 인간은 본시 외로운 존재입니다. 그러나 외로움은 인간을 성숙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외로움을 벗삼아 자연과 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문득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짝 없이 홀로 사는 외로움은 비단 새와 같은 동물 뿐만 아니라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로움을 이길 수 있는 한 마디를 전하고 싶습니다. (시인 권우상)
칼럼 내 목숨을 위해 남을 해치지 않는 삶의 원칙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극작가 벤자민 프랭클린은 청년시절 자부심과 승부욕이 매우 강했다. 그는 해박한 지식과 논리적인 구변으로 상대방을 곤경에 몰아넣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친구들은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고, 그의 인간관계는 좋지 않았다. 어느 날 프랭클린은 교수를 찾아가게 되었다. 무심코 교수의 집안으로 들어서던 프랭크린은 ‘쾅’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를 감싸쥐며 비명을 질렀다. 키가 큰 트랭크린이 유난히 지붕이 낮은 집 안으로 들어서면서 머리 숙이는 것을 몰라 문틀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었다. 이를 본 교수가 싱긋 웃으며 이런 충고의 말을 던졌다. “이 보게, 이곳에 들어서자마다 교훈 하나를 잘 얻었구만,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머리를 숙여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자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걸세.” 여기서 큰 깨달음을 얻은 프랭클린은 사소한 일에도 승부욕을 불태우며 잘난척 하던 자신의 단점을 고치고 겸손함을 배우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환영받는 사람이 되었고, 뛰어난 정치가가 될 수 있었다.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며 쉽사리 패배나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4회) 협객 장돌복의 지혜 기생(妓生)들은 더러워 못견디겠다는 듯이 침을 마구 뱉았다. 장돌복이 이가 많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자 찾아오는 기생(妓生)은 없었지만 그러나 모든 기생들은 호걸다운 사나이의 기질과 수려(秀麗)한 그의 모습을 잊을 길이 없어 무척 애를 태웠다. 그렇게 해서 여자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오르지 약한 사람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장돌복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 한양 한복판인 광통교(廣通橋)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옥교(玉轎) 하나가 지나가게 되었다. 그 옥교의 뒤와 좌우에는 계집종이 십여 명 따르고 있었다. 이때 옥교의 여부(옥교를 들고 가는 남자)는 장돌복이 술이 취해 큰 소리로 떠들면서 지나가는 것을 보고 “ 이놈아 ! 썩 물러서지 못할까 ? 이놈이 누구 앞에서 소리치고 불손 무례한 행동을 하느냐 ? ” 하자 장돌복은 눈을 크게 부릅뜨고 “ 니 놈 따위가 내 몸에 주먹을 대려 해 ? 이놈이 주먹깨나 쓰는 모양인데 니놈이 그런 용기를 낸 것은 이 옥교 안에 있는 사람을 믿고 그랬을 것이 분명하다 ! 아니 그러냐 ? 나는 니 놈 대신 이 옥교를 없애 버리겠다 !
칼럼 피부색 다른 인종은 어떻게 나왔을까?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극작가 성서는 첫 인간 아담의 피부가 어떤 색이며 많은 색깔의 인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구체적으로 언급은 없으나 몇 가지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종이란 유전될 수 있고, 그 집단을 독특한 인간형으로 분리하기에 충분한 신체적 특질의 특정한 결합을 특성으로 공유하는 인류의 한 구분을 의미하는데 인종들이 서로 결혼하고 생식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실제로는 한 종류에 속하며 모두가 인간 가족의 구성원임을 알려 준다. 따라서 다양한 인종은 인류 가운데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이 중 한 가지 부면에 불과하다. 다양한 인종이 어디에서 나왔는가? 성서에 의하면 “하느님이 아담을 창조하시던 날에 그분은 그를 하느님을 닮은 모양으로 만드셨다.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 그 후에 그분은 그들을 축복하시고 그들이 창조되던 날에 그들의 이름을 사람(인류)이라고 부르셨다. 하느님이 그들을 축복하시고, 하느님이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땅을 정복하여라.” 하였다. 모든 인류는 첫 인간 부부인 아담과 하와의 후손들이며 어떤 인종들이 하나의 나라를 구성하
권우상 명작 동시 = 감기 바이러스 감기 바이러스 바람 부는 추운 겨울 날 바이러스가 집집마다 들어갑니다 이 집 방안에 들어가 보고 저 집 방안에 들어가 보고 방문이 꼭꼭 닫혀 있으면 뒤돌아 다시 다른 집으로 가고 그러다가 빼꼭이 열린 영희네 집에 들어간 바이러스 ‘옷 두껍게 입고 마스크 하고 감기들지 않도록 조심해라‘ 영희 엄마 말에 발걸음 돌려 또 다른 집으로 가는 바이러스 방안에 피어오르는 수증기에 깜짝 놀란 바이러스는 몸을 움츠리고 제빨리 멀리 멀리 달아납니다. ㅇ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부문 당선 ㅇ부산mbc문예상 동시부문 당선 ㅇ청구문화재단 문학상공모 동시부문
칼럼 세월은 냉철하지만 온정을 베푼다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극작가 중국 동진(東晋)의 시인 도연명은 인품과 학식이 모두 훌륭해 당대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어느 날 한 청년이 도연명을 찾아와서 말했다. “선생님은 어떻게 해서 그처럼 학식이 풍부하고 견해 또한 탁월한 학자가 될 수 있었는지 알려 주십시오.” “그것이 궁금한가? 나를 따라 오게.” 도연명은 입가에 웃음을 띄우고 청년을 데리고 집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논으로 갔다. 도연명은 말했다. “여기 앉아서 이 볏모들을 보고 있게나. 눈을 다른 대로 돌리면 안되고 계속 같은 곳을 쳐다보고 있어야 하네.” 청년은 도연명이 시키는 대로 볏모들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도연명은 그곳을 떠났다. 몇 시간이 지나자, 도연명이 다시 돌아와 물었다. “몇 시간 전부터 지금까지 자네는 계속 이 볏모들을 보고 있었겠지?” “예.” “이 볏모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말해 보게.”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도연명이 말했다. “자네는 아무런 변화도 느끼지 못했지만 사실은 이 볏모들은 일초 일분이 지날 때마다 조금씩 자랐을 걸세, 그리고 많은 이삭들을 맺게 될 걸세. 학문도 그와 같네. 오늘, 내일, 모레.. 하
칼럼 인간이 타고난 숙명적인 패턴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극작가 사주추명학에서 본 인간이 지닌 숙명의 패턴은 다음과 같다. 사주추명학은 인간의운명을 추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 절대적이 아니라 통계학적으로 말한다. (1) 救得水魚型(구득수어형) = 태어난 해(年)와 날(日)이 동일(육십갑자)한 경우이다. 사치를 좋아하고 문학이나 예능의 집안에서 태어나 심성이 착하고 종교심이 두텁다. 종교가 없어도 마음은 착한 편이다. 용신(用神)이 해(年)와 일(日)을 생조하고 관성(官星)이 영입되면 관직에 나간다. 물을 얻는 물고기라는 뜻이다. (2) 兩雄竝立型(양웅병립형) = 태어난 해(年)와 날(日)이 같은 오행인데 음양이 다른 경우이다. 부부갈등이 많다. 양(陽)의 날에 태어난 사람은 고생이 찾아와도 잘 이겨낸다. 경쟁심이 많고 활동적이라 스포츠맨이 좋고 직업을 자주 바꾸는 일신상의 변화가 빈번하다. 양쪽이 서로 대립한다는 뜻이다. (3) 被利用型(피이용형) = 태어난 해(年)와 날(日)이 상생이 되는 경우이다. 자기 표현이 풍부하여 재성이 출중하면 사업가, 관성이 출중하면 정치가, 인성이 강하면 문학가, 예술가에 적합하다. 신의를 잘 지킨다. 피아간에 이득이 있다
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3회) 협객 장돌복의 지혜 그러나 장돌복의 기색이 갈수록 냉정해지는 것을 보고 쉽사리 그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음을 짐작하고 ( 참으로 지조 있는 협객이구나. 하지만 나도 가죽처럼 꽤 질긴 년이니 그 지조가 어디까지 가는지 어디 두고 보자... ) 하는 생각으로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 갔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장돌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하고 자나깨나 요리조리 궁리를 하였다. 한편 장돌복은 그 기생(妓生)을 돌려 보낸 것은 매우 상쾌하나 기생의 태도로 봐서 필경 또 다시 찾아 올 것을 지레 짐작하고 기생이 오는 것을 막을 방도를 여러가지로 연구하던 끝에 하루는 흑임자(黑荏子) 한 줌을 구해 책상 아래 감춰 두었다. 그러던 어느날 역시 달빛이 밝은 밤 예전 그 기생(妓生)이 전날의 냉정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장돌복을 찾아왔다. 장돌복은 편안한 태도로 찾아온 손님에 대한 인사를 할 뿐이었다. 그 기생은 인사말이 오고 가자 목청을 가다듬고 갖은 교태를 부리며 노래를 한 곡조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돌복은 인사말 외에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기생은 갖은 애교와 재주를 다 부리
권우상의 poetry – 교회의 찬송가 소리 교회의 찬송가 소리 사랑과 배신 미움과 그리움 마음의 빗장을 열고 어른과 아이 모두 함께 모였다 태어나고 싶지 않아도 생겨났고 죽고 싶지 않아도 죽어가는 생명들 교회의 찬송가소리 들으며 햇살에 눈부신 십자가를 바라본다 다윈이 뿌린 진화론의 가라지는 세상을 혼탁하게 만들었고 인간의 조상이라는 원숭이는 아직도 동물원에 갇혀 발버둥치고 있다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교회 종소리가 인류의 평화에 불을 지피고 삶과 죽음은 여호와의 섭리(攝理)라 말씀대로 왔다가 말씀대로 간다 천국으로 가는 문 하나씩 열려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는 향기롭고 믿음은 행복과 부활의 씨앗 창세기 성경말씀 들으며 모든 피조물이 마음 설레이고 있다 새벽마다 주일마다 은혜롭게 달려오던 하나님 말씀이 어둠을 걷어내는 복음의 목소리가 되어 매마른 거리다 비가 되어 쏟아지고 하늘에서 은은히 들려오는 구원의 목소리가 이방인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 가라지 = 잡초
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2회) 협객 장돌복의 지혜 장돌복은 농담 잘 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부랑자가 아니었다. 그는 약한 사람을 돕고 강한 사람을 억제하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협객(俠客) 기질의 대장부였다. 그래서 거리를 휩쓸고 다니는 불량배도 장돌복이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꽁무니를 살금살금 뺐으며 또 불의가 제대로 발호(跋扈)하지 못하고 굴복하였으니 거리에서 강자(强者)와 약자(弱者) 사이에 분쟁이 생기게 되면 사람들은 “ 저기 장돌복이 온다 ! 저기 장돌복이 온다 ! ” 하고 위협을 하였다. 이러한 위협의 말이 이곳 저곳에서 떠돌기만 하면 거리의 모든 악한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을 쳤다. 그야말로 장돌복은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사나이였다. 더구나 장돌복은 여러 기생(妓生)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인물도 잘 생긴 데다가 항상 약한 사람을 도우는 협객(俠客) 기질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러 기생들은 서로 장돌복을 독점하려고 질투하고 다투었다. 장돌복은 그 기미를 알아차린 후부터는 기생들이 찾아오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다 보니 장돌복이 기생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자연히 냉정해졌고 기방(妓房)에 찾아가는 일도 적어
칼럼 빈궁을 탈퇴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자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극작가 불가에서 흔히 쓰는 ‘바라밀’이라는 말이 있다. 이 ‘바라밀’의 길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며 이것은 우리의 마음속에 내재하고 있는 광명적인 양심이다. 양심은 아주 작은 흠집이 나더라도 그 느낌이 빠르다. 이 양심의 느낌이 느린 사람, 또한 둔감한 사람은 사특하고 간악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 이 세상에서 형언할 수 없는 범죄는 모두가 양심의 부재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일체의 방편을 교설하여 악(惡)에 오염되지 않도록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양심 발현의 길이 항상 믿음 속에서 강하게 싹터 오는 것이다. 조그만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나마 착한 성품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깊은 잠에 빠지고 있는 마음의 문을 우리는 항상 두드려야 한다. 그리하여 불의와 모순 그리고 곤혹과 빈곤을 느끼고 있는 자에게 평안과 안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 인간 양심을 재구성 하는 것을 본위로 삼는 문학보다 비속적인 외설문학이 범람하여 인간의 근원적인 도덕성을 뒤흔들어 놓고 있는 현실이다. 즉 황색문학(黃色文學)의 범람은 작가 자신의 창의성보다 독자의 취향에 상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