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식품용 개고기 무엇이 문제인가?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보신탕을 찾는 손님들이 적지 않지만 개고기가 식품으로 개념 정립이 되지 않아 문제가 적지 않다. 옛날부터 개는 영특한 동물로 알려져 집을 지키고 주인을 수행하기도 했다. 고려 충렬왕 8년 염병으로 부모를 잃은 눈먼 아이가 흰 개 한 마리와 더불어 개성 진고개에서 살고 있었는데 끼니 때가 되면 이 개는 눈먼 아이에게 꼬리를 잡혀 집집마다 밥을 먹고 나면 다시 꼬리를 잡혀 우물가에 가서 물을 먹이곤 했다. 또한 설이나 추석 명절이면 아이를 데리고 부모 산소에 성묘까지 했다. 이 소문을 들은 조정에서는 사람보다 충직하다 하여 종삼품 벼슬까지 내렸다.
평양 선교리 개무덤의 주인공 개는 수절 과부와 더불어 살았다. 주인이 야반에 사내에게 겁탈, 살해 당하자 관청에 달려가 관리의 바짓가랭이를 물고 와 현장을 알렸고, 다시 범인의 집까지 끌고 가서 범인을 잡아내게 한 후 과부 무덤곁에 가서 절식을 한 채 죽었다는 감동적인 일화도 있다. 이처럼 영특한 개가 지금은 보신탕이니 영양탕이나 하는 이름으로 수난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흑(黑犬), 필리핀에서는 적견(赤犬)를 좋아하고 우리나라에는 황견(黃犬)을 으뜸으로 쳤다. 일설에 따르면 황견은 노랑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이 많이 사는 서울 북촌(北村) 황자통방(黃字統方)에서 잘 먹고 자란 개를 뜻한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전쟁중 멸종되다시피 개를 잡아 먹어 사이공 동물원에 구경거리로 보호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사기(史記)에 따르면 진(秦)나라 때 삼복(三伏)날 제사에 개고기를 제물로 신명에게 바친 희생음식으로 먹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개를 희생물로 바친다는 뜻인 헌(獻)자가 개(犬)를 솥에 넣어 삶는다는 모음글씨인 것을 미뤄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언제부터 개고기를 먹었는지 정확한 연대를 알 수 없으나 평양 미림(美林)의 패총에서 개뼈다귀가 출토되었고 고려사(高麗史) 열전에 보면 세 군데나 개고기를 잘 먹었거나 개고기로 직업을 삼은 기록이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옛날 이야기이고 개고기가 국제화시대를 맞아 외국 손님에게 우리나라 이미지를 흩트리게 한다하여 보신탕을 좋지 않는 눈으로 보는 것도 사실이다.
현형 식품위생법에는 식품에 쓸 수 있는 동물성 원료로써 개고기를 허가하지도 않고 축산법에는 개를 가축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축산물가공처리법에는 개를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개고기를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법안 자체도 없어 비위생적으로 사육, 도살,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서울시는 개고기를 식품합법화 정책을 내놓았으나 동물보호단체들의 반대에 부딪쳐 갈등을 빚었다. 현행 법률상 가축의 범주에 개는 빠져 있다.
흔히 개라고 하면 애완용과 식용개 모두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르다 병으로 죽은 길에 애완견이 식용개로 둔갑하여 유통되고 있는 사례를 한 언론사가 심층 취재하여 보도한 일이 있었다. 살아있는 개의 심장에 호스를 꽂고 물을 주입하여 밧줄로 매어 끌고 다니며 잔인하게 도살하는 잔학행위가 한 방송사 에서 방영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한국인이 개고기 먹는데 대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동물보호단체의 항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라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문화 차원의 간섭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전통적 동물 휴머니즘에 물먹이는 잔인한 도살행위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되겠다. 개고기를 법적으로 인정할 경우 예상되는 대외 이미지 악화나 동물보호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에서도 유통중인 개고기를 축산물이 아닌 자연산물로 규정하여 축산물에 적용하는 안전성 검사 등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는 개고기를 먹던지 말던지 소비자가 알아서 하라는 뜻으로 보인다. 이런 헛점을 이용하여 병들거나 죽은 애완견이 식용으로 유통된다면 문제가 적지 않다. 개고기가 축산물인지 자연산물인지 정부의 명확한 개념 정립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