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본주의 탐욕이 가져온 참극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우리 속담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다. 돈을 벌 때에는 궂은 일을 가리지 말고 번 돈을 쓸 때에는 어엿하고 보람있게 쓴다는 뜻이다. 이 속담이 뜻하는 바는 돈을 제대로 쓰라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개같이 벌어’라는 대목이다. 이 말이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무한욕망적 자본 축적 궤도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원래 개는 학(鶴)처럼 귀티가 나는 동물이 아니라 먹을 것이 있다면 똥구덩이에도 들어가는 동물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개를 키워 아이의 똥을 개가 먹어 치우도록 했다. 그런 개처럼 돈을 벌어라고 했으니 어찌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을 벌어라고 하는 늬앙스가 풍긴다.

이 속담이 생겨날 당시에는 경제상황이 어떠했는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경제상황은 못먹고 헐벗은 상태가 아니였을까 싶다. 따라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변칙이나 무리한 행동은 용납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요즘 시대에 이같은 변칙이나 무리한 행동은 나쁜 사람으로 손가락을 받아 용납될 수 없다. 한국 사회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비리나 부패, 또는 생태 파괴적 이기주의 행동 등은 ‘개같이 벌어서’ 라는 천민자본주의적 발상에 뿌리는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쥐꼬리만한 권력이 있다면 이를 이용하여 이권(利權)이나 챙길려하고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치부(致富)하려 든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관료나 부자가 존경을 받지 못한 이유도 바로 이와같은 방법으로 치부를 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뇌물, 급행료, 떡값, 촌지, 켜미션, 리베이트, 찬조금, 발전기금 등 뇌물의 명칭도 가지각색이다. 특히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에게 건네는 뇌물은 떡값이라고 하는데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까지 있으니 권력이 없는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생긴 떡인지 구경조차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러한 뇌물로 건네지는 돈은 한가지 공통된 점이 있다. 주고 싶어서 주는 돈이 아니라 마지못해 건네주는 돈이다. 그렇다 보니 이 돈이 올바르게 쓰일 리가 만무하다.

난마(亂麻)처럼 얽힌 사회부조리는 돈과 엮이지 않는 것이 없다. 이 모두가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회풍토의 산물이고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천민적인 발상이 사회적으로 용인돼 온 탓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 사회에 ‘돈이면 다 된다’는 가치관이 사라지지 않는 한 부패의 고리는 끊을 수 없고, 부패의 끈을 그대로 잡고서는 선진국 진입은 어림도 없는 소리이고 서해훼리호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온 국민이 분노하고 통곡할 일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자면 돈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돈을 벌려고 직장을 갖고 땀흘려 열심히 일을 한다. 이처럼 돈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기는 하지만 혼자 쌓아 놓고 숭배하는 대상은 아니다. 그렇다고 배척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돈을 벌어도 합법적이며 땀흘려 열심 일해서 벌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렵고 힘들게 벌어야 돈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다. 돈은 유혹하는 마력이 강하여 누구나 쉽게 빠져든다. 하지만 돈에 빠져 돈을 탐닉한다면 진정으로 돈의 유용성을 모르는 행위다. 자본주의 탐욕을 적절히 다스리는 일이야 말로 비리와 부정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일이다.

어떤 나쁜 짓을 해도 ‘무조건 돈을 벌자’라고 하는 천민적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이런 생각이 패가망신 하고 나라를 망친다. 건강한 돈이 가치가 있고 이런 돈이 많이 축적될 때 사회가 건강해진다. 관료들이나 부자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무한축적(無限蓄積)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탐욕 속성에서 벗어나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려는 자세가 이 사회와 개개인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헤서는 국민 모두 의식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