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를 보고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경주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두 달 만에 또 다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 325명이 들뜬 마음으로 배에 올랐지만 그 설레임은 한순간바다에 묻혀 버렸다. 2011년 7월에는 강원도 춘천에 펜션을 덮친 산사태로 학생 등 13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고, 20년 전에는 서해페리호가 침몰돼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는 의문투성이다. 변침을 5도에서 110도로 갑자기 바꾼 것도 그렇고, 화물적재량 초과 여부도, 위험해역에서 경력이 1년도 안된 3등 항해사가 키(操舵)를 잡은 것도 의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기관사 손모 씨는 ‘배가 기울어 바로 조타실로 뛰어갔을 때 선장은 문에 기대어 있었고, 그 자리에 대기하라는 방송이 여러 번 나오고 있었다’고 하면서 곧 해경 배가 앞머리에 도착해 함께 나왔다고 했다. 해경의 첫 구조대가 9시40분께 도착하자 실제로 선장과 선원 6명은 9시50분께 가장 먼저 해경 보트를 타고 탈출했다. 사고 사실을 먼저 안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알리기 전 이미 탈출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이 일었다. 생존자들은 ‘배가 60도 가까이 급격히 기울어진 순간까지도 승객들은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는 증언자도 있다.
세월호 선원 29명 가운데 구조된 선원은 모두 20명. 선원 가운데 사망하거나 실종된 9명은 선원 조리원이나 사무장, 여승무원, 아르바이트생이다. 안내방송만 믿고 있던 승객들은 결국 탈출할 기회를 놓쳐 배안에 갇혀 참변을 당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많은 승객들이 탑승한 여객선을 진도 연안의 작은 섬 사이로 고속으로 항해 하는데 브릿지에 선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배가 이미 침몰했는데도 그 많은 구명뗏목 중에 오직 하나만 자동으로 펼쳐져 있었고 구명땟목은 쇠줄에 묶여 있었다. 지금 이 모습이 한 때 온 세계바다를 주름잡았던 코리안 seamen(뱃사람)인지? 아니면 세계 최고의 조선왕국 코리아의 선박운항 실태란 말인지? 아니면 경제규모 세계 10위권 선진국 대한민국의 시스템 현황이란 말인지? 도대체 이 나라는 잘못 되어도 매우 잘못된 듯싶다. 이런 현상은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망가진 국가’라고 표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월호는 많은 승객을 태우고도 원칙을 지키지 않고 바다를 달리다 침몰했다. 파도가 조용한데도 육지에서 가까운 지점에서 사고를 당한 것도 납득 할 수 없지만 사고를 당했을 때 취해야 할 매뉴얼 조차 없어 억울한 생명을 60%나 잃었다. 그나마 살아나온 사람들은 시스템에 의해 구출된 것이 아니라 운이 좋아 살아났다. 사고가 날 때마다 늘 하는 말이 있다. ‘안타깝다’ ‘죄송하다’ ‘슬픔을 함께 한다‘ 이런 말은 배와 수백 명의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세월호 선장도 했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세월호 소속 회사인 청해진해운에 해양수산부가 4차례나 상(賞)을 주었다고 한다.
똑같은 유형의 사고를 계속 당하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더욱 치졸한 사고를 내고 있다. 외신들은 세월호 침몰에 대해 개발도상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고 보도했다. 모든 사고는 시스템의 산물이다. 세월호 참극이야말로 시스템이 없어서 발생한 사고인 것이다. 박대통령은 ‘윈칙’이라는 단어를 수시로 강조했지만 그 ‘원칙’이라는 단어가 이제까지 우리 사회를 바꾸어 놓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박대통령은 ‘원칙’을 시스템으로 삼어서 시스템으로 하여금 총체적 부실을 점검하고 사회의 안녕과 안전을 보장하도록 가동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기업들을 중심으로 ISO 열기가 확산됐다. 그러나 기업에 이 시스템 바람이 부는 동안 정부는 관심도 없었다. 지금 우리사회는 시스템이 전무한 상태이다. 박대통령은 사회전반에 걸쳐 시스템 구축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