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9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다라국문학상 짜고 친 고스톱인가?

 

칼럼

                 

                       다라국문학상, 짜고 친 고스톱인가?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경남 합천군이 주최한 문학상 공모전에 접수부터 총체적 관리부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모양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논란의 핵심은 이 문학상을 만드는데 앞장 선 사람이 당선됐다는 것이다. 당선의 주인공은 표성흠 전 경남소설가협회 회장이라 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합천군청 게시판에는 전국의 응모자와 합천군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반 절차를 조사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올 4월 10일자 국제신문은 “이 문학상이 결실을 보게 된데는 전 경남소설가협회 회장인 표성흠 작가가 수년전 합천박물관을 둘러보고 다라국이라는 미지의 제국에 대한 강한 흥미를 느껴 합천군 측에 문학상 제안을 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전했다”고 보도 했다. 다라국문학상을 만든 표성흠 자신이 응모해 당선됐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 8월 합천군은 서울의 계간지 ‘문학나무“에 접수 등 제반 절차를 맡겼다. 이는 누가 봐도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더구나 경남 합천군이 주최한 문학상 공모전에서 불교를 폄훼하고 역사를 왜곡한 작품이 당선됐다는 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역사과 관련된 소설은 비록 소설이라는 허구에 그 바탕을 둔다고 해도 역사적 배경을 도외시 한다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역사소설은 반드시 역사학자와 역사소설가로 심사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자치단체 등 공공기곤이 주관하는 문학상을 개인 출판사에서 접수 관리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번 합천다라국문학상의 논란이 확산되면서 불교계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종교간 화합을 해치는 작품이 당선된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당선작 선정 경위들을 묻는 공문을 합천군에 발송할 것이라고 한다. 지역 불교계에서도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지난 8월 강원도 정선아리랑문학상도 석연치 않는 일이 있었다. 당선작 발표일보다 훨씬 앞당겨 당선작이 결정돼 책으로 출간되기도 해 응모자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더구나 노래가사 부문의 심사는 작사가. 작곡가. 음악평론가 등이 참여해야 하는데 음악의 전문가도 아닌 지역 문인들끼리 심사를 한 것은 공정성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저명한 작사가 K씨가 낙선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일은 필자도 여려차례 경험한 적이 있다. 문학상의 심사 결과는 반드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문학상이 적지 않다. 문학상 심사위원이 해마다 교체되지 않고 고정돼 있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지난해 강원도 모 일간지의 신춘문예 아동문학 부문에 심사위원 제자가 당선된 것을 놓고 말이 많았다. 정답이 없는 문학의 특성상 이런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학상에 대한 불신은 문학인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문학상에 대한 논란은 한국뿐만 아니다. 한 매체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일요판 신문 옵서버는 가장 문화적으로 세련된 사람들의 모임인 프랑스의 비평가들이 유례없는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최근 잇따라 제기된 문학상의 문제점들을 보도했다. 주요 문학상의 종신 심사위원들은 서로의 이익을 위한 패거리 조성, 정실, 이기적 상업주의, 노골적인 부패 등의 의혹을 받으며 공격을 받고 있다. 페미나상 심사위원인 소설가 마들렌 샤살이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막후 심사 관행을 폭로하자 심사위원진은 이를 문제삼아 만장일치로 샤살의 제명을 결정했다. 그러나 다른 심사위원인 레진 데포르주는 샤살에 동조에 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주요 출판업자가 쓴 한 사후 회고록에도 정실 심사와 뇌물을 비판하는 글이 실렸다.

가장 신랄하게 비판받는 대목은 현업 작가들로 이뤄진 심사위원들이 종신직으로 선임된다는 점과 일정 보수를 받진 않지만 작가회의 초대, 정부 지원의 고급 해외여행, 유명세 등의 특혜를 누린다는 점. 특히 심사위원들이 내는 최신작의 발간을 주요 출판사들이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이 가진 가장 중요한 특권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심사위원들과 주요 출판사들간 유착 의혹이 제기된다. 최근 문학상 심사체제 개혁을 촉구한 언론인 겸 작가 기 코노니키는 "주요 출판사들과 심사위원으로 활동중인 작가들의 관계가 크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레스토랑 평가 분야에서도 부패한 관행이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번 합천다라국문학상은 논란의 핵심인물에 대한 조사와 함께 심사를 다시 해야 한다. 그것이 40여명의 응모자가 요구하고 있는 사항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