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장 행복한 무소유의 생활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구름은 어디에도 막힘이 없이 오고 간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구름은 막혀 서 버리는 일이 없고 깊은 골짜기라 해서 주저 앉지 않는다. 어디에도 믂이지 않는 것이 구름이 가는 길이다. 물도 또한 구름과 같다. 물의 속성을 살펴보면 물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향해 흐르고 있다. 때로는 험준한 산꼴짜기 바위틈에서 시작해서 장강(長江)에 이르고 바다에 닿을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부딪치는 장애물이 있으면 더욱 속도를 내어 흐른다.
그리고 물은 하심(下心)의 덕(德)을 지니고 있다. 틈만 있으면 밑으로 내려 갈려는 하심은 마침내 망망대해와 하나가 되고 만물을 살리는 비구름이 되어 생명수인 감로수가 되어 대지를 적셔주는 후덕(厚德)을 베푼다. 우리네 살림살이도 구름에서 물에서 배워야 한다. 생활이 바쁘고 세월이 좋아져서 정보화시대니 세계화시대니 하며 온 세상이 들떠 있지만 심지(心地), 곧 마음의 땅이 온전해야만 사회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다. 비록 하루 하루 살아가는 생활이 바쁘더라도 넉넉하고 여유로움을 찾아야 하며 그 지혜를 자연속에서 배우는 것이 참다운 지혜인 것이다.
자연에서 얻은 참다운 지혜가 생활속에 촉촉이 녹아 있을 때 구름처럼 가고 물같이 흐른다 하여 행운유수(行雲流水)로 표현한다. 이런 용심(用心)이라면 어디에도 걸림이 없고 넉넉한 인생 뜨락을 가꾸어 풍요롭게 살아가게 된다.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도(道)에 계합하지 못하고 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지면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 신심명(信心銘)에 나오는 이 글은 한번쯤 마음에 새겨볼만 하다.
왜냐하면 한 생각이 일어남으로 해서 행복과 불행을 만들고 남자와 여자를 만들고, 하늘과 땅을 만들고, 악인과 선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입에 달면 삼키고 입에 쓰면 밷아버리는 것이 우리가 사는 살림살이라고 보면 말과 생각을 끊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본래의 진면목을 탐구하는 명상을 통해서 무심삼매(無心三昧)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道)를 찾고 진리를 탐구하는 명상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말과 생각의 길을 찾는 길이요, 무량대복을 짓는 길이요, 큰 지혜를 성취하는 지복(至福)의 길인 것이다.
세상에는 귀하고 소중하고 애지중지할 것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것들이 마치 행복인양 손에 넣기 위해 온갖 불손한 행동을 서슴치 않고 있지만 막상 그것이 손에 들어 왔을 때에는 이미 그것이 행복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생각이 들어오게 하면 큰 병을 만들게 되니 좋은 것도 내려놓고, 나쁜 것도 내려놓고 남녀노소도 내려 놓고, 귀천도 내려놓고 이렇게 계속 내려 놓다 보면 놓아지지 않는 한 가지 물건을 만나게 되는데 그 물건, 형단없는 실영영한 일물자가 자기의 옛주인과 상봉하는 엄청난 큰 영광의 법열(法悅)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사문(沙門)의 길이요, 수행의 길이요 도(道)의 길로 가는 길이다. 도(道)의 길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무소유의 길인 것이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욕심을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갖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어떤 것이라도 마음 속에 욕심이 불붙고 있을 때 마음의 병이 되고 화근이 되어 신세를 망치게 되는 것이니 병들고 난 후 약 신세나 병원 신세를 지지 말고 그리고 화근이 난 후 가슴을 치고 후회하지 말고 인정 사정 없이 앞 뒤 보지말고 내려놓는 마음만 잘 간직하면 건강하고 멋지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