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 특명검열단 부활해야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국방부 장관과 경질된 전 기무사령관이 정면충돌하는 일이 벌어진 모양이다. 이번 충돌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기무사령관을 임명한 지 6개월 만에 경질하면서 비롯됐다고 한다. 김 장관은 경질 이유로 ‘자질 부족’을 내세웠고 경질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은 김 장관의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직보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군의 핵심 기관이 치고 받는 모습이다. 발단이 된 기무사의 보고서는 ‘노크 귀순’에도 무방비 상태였던 김 장관이 능력 위주 인사를 한다며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을 중용했다거나, 독일 육사 출신을 우대한다는 등의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군 장성 인사가 사적 연고와 인맥을 바탕으로 난맥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김 장관의 인사 스타일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기무사령관 출신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특정 고교 인맥의 득세 등 인사 전횡을 질타했을 정도로 문제가 많아 보인다.
과거 하나회를 숙청하는 데 YS의 총대를 멘 권영해는 국방장관을 하다가 안기부장으로 영전하면서 군내의 배경이 일천한 공군 출신의 이양호를 국방장관으로 천거했다. 그런데 그 이양호는 수조원대의 최첨단 정보수집기 백두 - 금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로비스트 린다김과 뜨거운 밀애에 빠져 사업을 이상하게 진행했다는 것이 그 당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 그 때는 ‘특검단’이 살아 있었다. 특검단이란 박정희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감시하여 대통령에 직보하라며 설치한 특명검열단의 약칭이다. 이 특검단은 율곡사업을 분석하여 대통령에 직보 했고, 밤중이나 새벽에 전방부대들을 불시에 급습하여 출동상태를 점검하여 대통령에 직보 했다. 정말 기여가 큰 조직이었으며 군에 설치된 자동견제와 자동균형 시스템이었다.
이런 특검단이 이양호 책임 하에 추진하는 수조 단위의 사업이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을 가만 둘리 없었다. 그래서 김영삼에게 보고했는데 김영삼은 특검단의 보고가 무슨 뜻인 줄 몰라서인지 이양호로 하여금 하루아침에 특검단을 해체하게 만들었다. 특검단이 없어진 후 군의 기강은 해이해져 각종 비리는 물론 중요한 군사기밀을 빼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김관진 국방장관이 6개월 전에 유능한 사람이라며 중장 자리에 소장(장경욱)을 기무사 사령관으로 임명해놓고 지금은 그를 “능력과 자질이 부족한 사람”이라며 감히 장군을 쪽문으로 개 몰아내듯 쫓아냈다.
장군세계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면 장군을 이렇듯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면 안 된다. 말단 공직자가 파면되어도 이유가 뚜렷해야 하고 거기에는 반드시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장군이 사령관직에서 물러날 때에는 반드시 명분이 있어야 하고 전역식도 당당히 치러야 하지 않는가. 기무사 역시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국방장관이 거짓말을 많이 하니 군 간부들의 동향을 잘 살펴서 대통령에 직보하고, 간첩을 잡으라고 설치했다.
국방부는 이번 인사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지만 군 인사의 공정성과 기강 확립을 위해서도 이번 사태의 시시비비는 정확히 가려야 한다. 김 장관이 스스로 임명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기무사령관을 경질하면서 자질 부족을 이유로 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인사 이전에 충분히 검토를 하였을 터인데 갑자기 있던 자질이 소멸됐다는 설명으로는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군 장성 인사에 대해 불안함과 의구심을 떨쳐 내지 못하고 있다. 장 전 기무사령관이 제기한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규명이 필요하다. 기무사가 청와대에 군 내부 비리를 직보하는 관행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면 합리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군의 비리와 내분을 불러온 국방장관의 인사 스타일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YS가 없앤 특명검열단을 부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