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아는 분 중에 직업이 정화조 노동자가 있다. 말하자면 똥을 퍼는 사람이다. 언젠가 이 분은 분뇨수거 노동자들이 겪는 수모는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비통하다고 하다면 나에게 괴로운 심경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직업상 그런 수모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하지만 그 수모가 인격의 침해를 넘는다면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이분과 같은 동료들이 겪는 수모에는 여러 가지 있지만 어린 아이들까지 가세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 폐를 찌르는 노란 유독가스에 / 생명 위협 느껴가며 일하는데 / 방독면도 안전요원도 없구나 / 오늘은 이 동네에서 퍼고 / 내일은 저 동네에서 퍼고 / 날마다 똥을 퍼요 / 변기종 아버지는 똥을 퍼며 / 매일 똥과 같이 살아요. -
이렇게 동네아이들이 변기종씨 자녀를 왕따로 놀린다고 한다. 이 분의 이름은 변기종이다. 아이들의 정서를 다듬어주는 동요라면 모르지만 사람을 비웃고 비아냥거리는 이런 노래는 내가 들어도 듣기 거북하고 울화통이 터진다.
변씨는 왜 이런 수모를 견디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중도 보고 소도 보고 한다지만 변씨에겐 이런 말이 무척 듣기 싫을 것이다.. 똥 퍼는 변씨는 그렇다 치고도 그분의 아이들까지 이런 놀림감이 된다니 참으로 안따까울 뿐이다.
‘잘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 대로 산다’는 노래도 있듯이 못났기에 똥을 퍼고 사는데 아이까지 미움을 받고 멸시를 받고 왕따로 따돌림을 받고 산다면 아이는 물론 부모도 분통이 터질 것이다. 더구나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나온다면 변씨는 직업을 말하기가 난처할 것 같다고 한다. 어렵게 사는 것은 그렇다 해도 혹여 집에서 똥 냄새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란다. 똥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해도 직업이 똥 퍼는 일이라고 알려지면 선입견 때문에 선생님은 똥 냄새가 난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것이다.
세상에는 자신의 행복만을 찾기 위해 사는 사람이 있듯이 남의 행복을 도와 주기 위해 사는 사람도 있다. 물론 전자의 삶을 사는 사람이 훨씬 더 많겠지만 그러나 후자의 삶을 사는 사람도 많이 있을 것이다. 비록 변씨가 하는 일이 똥을 퍼는 일이지만 그것이 남의 똥이고 남을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는 분명히 남의 행복을 도와 주기 위해 사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변씨를 똥처럼 더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똥을 퍼고 사는 삶은 분명 그이만의 행복만을 찾기 위해 사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자신의 삶에 괴로움이 따르고 그렇게 살고 있는 그는 분명히 남의 행복을 도와주기 위해 사는 사람일 것이다.
변씨는 아버지를 이어 2대 째 똥 퍼는 일을 한다. 그의 부친은 60년대에 똥 퍼는 일을 했다. 그 때는 똥차라고 불리는 분뇨차가 와서 고무 호스로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작업인부가 직접 거름통과 긴 막대기가 달린 바가지를 들고 와서 재래식 변소에서 분뇨를 거름통에 퍼서 그 거름통 두 개를 긴 막대기 양쪽 끝에 걸고 분뇨차에 가져 가면 일일이 대기하고 있던 인부들이 들어다 분뇨차에 쏟아 부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거름통 몇 개에 담아 나갔느냐의 숫자가 나중에 분뇨 처리비 정산할 때의 요금이 되는지라 주인 아줌마는 냄새 사는 변소 옆에서 코를 움켜쥐고 퍼간 거름통 수를 헤아리는 것이 그 당시의 풍경이었다.
더러운 일을 하니 급여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세금을 떼고 한 달에 200만원이 안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9년 8개월동안 급여가 13만원 올랐다. 그러다 보니 동료애란 의식도 없다. 마치 하루살이가 먹이를 찾아 나섰다가 그 먹이가 다하면 헤어지는 것과 같다. 이런 삶을 변씨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삶은 아름답다. 이런 사람이 없다면 누가 똥을 치우겠는가?
그나마 환경미화원들은 자치단체에서 직접 고용을 해서 생활도 안정됐고 사회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준공무원이란 인식도 있지만 아직까지 분뇨처리를 하는 정화노동자는 직접 고용하기 보다는 용역을 준다.
이런 형태의 노동자 고용은 정화노동자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용역을 주다 보니 분뇨처리 비용도 과다하게 책정되어 자치단체에서 직접 고용하면 적어도 30% 이상은 싸게 받을 수 있어 주민이 부담하는 금액은 절감되는데 그것이 안타깝고 한다. 변씨처럼 똥퍼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해도 그들은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정화조가 점점 사라지면서 일자리을 잃게 되는 것이 걱정이라고 한다.
권우상 기자 news@koreasobij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