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비서실은 1급 비서관장 1명과 8명의 비서관이 있었다. 명칭도 비서실 대신 비서관실, 비서실장 대신 비서관장이라고 했다.
내각책임제의 제2공화국 윤보선 대통령 비서실 정원은 14명이었으며, 경무대란 이름이 청와대로 바뀌고 비서실장과 대변인이라는 직책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도 제2공화국 때였다.
이처럼 건국초기에 작은 규모로 출발한 청와대가 노무현 정부에 와서는 정원이 531명이라는 폭발적인 인원 증가로 인하여 거대한 조직이 되었다. 장차관급 실장과 수석비서관이 15명, 비서관급인 고위공무원단이 84명, 행장관이 182명이나 된다.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작은 청와대’는 논리적인 귀결이다. 그러나 과연 작은 정부가 맞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역대 대통령의 행적을 보면 ‘작은 청와대’의 실현은 그리 쉽지 않았다. 대통령중심제로 복귀한 제3공화국 박정희 대통령의 비서실 정원은 48명으로 시작하였으나 정권 말기에는 227명으로 늘어났다.
전두환 대통령 비서실은 306명으로 시작하여 354명으로 늘어났다. 노태우 대통령은 취임 초에는 비서실 정원을 342명으로 줄였지만 임기 말에는 오히려 384명으로 늘려 놓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비서실 정원을 377명으로 줄였고, 임기 말 다시 375명으로 줄였지만 축소 폭이 불과 2명에 불과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 초에는 380명으로 시작하여 임기 말에는 405명으로 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예 처음부터 비서실 정원을 93명이나 늘려서 498명으로 시작한데다 국가안보회의를 청와대에 편입시킴으로써 정원이 531명이나 되는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많은 직원을 두었다.
나라 살림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대통령 참모진의 규모도 함께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선거 공신과 가신들에게 나누어 줄 자리를 만들기 위해 비서실 정원을 늘리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 와서는 ‘위원회 공화국’이라고 할만큼 각종 위원회가 416개나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 수도 노무현 정부 5년간 1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노무현 정부 5년간 416개나 되는 위원회에 들어간 예산은 연평균 39.4%씩 늘었다. 다른 정부 재정 증가 속도의 8배다. 대통령. 총리 직속 위원회들이 5년간 쏟아부은 국민 세금은 1조6400여억원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위원회에 들어간 세금을 다 합치면 몇 조원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돈을 이렇게 쓰면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기도 어렵다. 행정자치부 조사결과 일반 정부 자문위원회 중 1년동안 회의실적이 하나도 없는 곳이 45개나 된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 5년동안 회의를 딱 한번 한 곳이 15개였다고 한다. 빈부차별시정위원회 같은 곳은 위원회의를 두 번 열었을 뿐인데도 예산은 13억9000만원에서 14억5000만원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렇게 예산을 쓰면서 노무현 정부가 과연 얼마만큼 빈부차별 시정을 했는지가 궁금하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위원회들의 실적도 대부분 하나마나한 얘기를 적은 보고서 몇 개 뿐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위원회들은 위법, 월권 시비는 계속 일으켰다고 한다. 동북아시아위원회는 지역 개발에 손을 댔다가 관련자들이 사법 처리됐다.
정책기획위원회는 정부 담당 부처를 제치고 부동산 대책을 만들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소속 한 기획단은 5개 국을 거느린 사실상 독립된 부서나 마찬가지라고 하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대통령이 직접 힘을 실어준 이들 위원회 위원장들 앞에서는 장관들도 기를 펴지 못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렇게 힘 센 위원장들이지만 국회 출석 의무도 없고, 위원회는 국정감사에서도 제외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하니 더욱 놀라울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첫 출범부터 해야 할 과제는 비대해진 청와대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현재 대통령소속 위원회 15개, 국회소속 위원회가 21개,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가 13개, 기타 47개 등 위원회가 100여 개나 된다.
따라서 각종 불필요한 위원회를 없애고, 비효율적이거나 업무가 중복된 부처는 통폐합하고, 공무원 수도 줄여야 한다. 예컨대 국가브랜드위원회와 미래기획위원회를 통합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일 공무원 수는 줄이지 않고 부처 수만 줄이면 자칫 공룡 부처가 되기 쉽다. 말로만 ‘작고 강한 정부’를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울러 각종 위원회 위원장도 장관처럼 인사청문회를 열고 검증을 받도록 하고 국회에 출석시키는 법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검증이 없다보니 최시중 같이 썩은 위원장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