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화교들은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망을 구축하기도 한다. 반도체에서부터 음식점,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을 갖고 있으며, 그 규모도 소수의 가계로부터 수천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공장까지 각양각색이다. 화교집단의 막강한 자금 규모는 대만을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으로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화교집단이 거대한 부(富)를 축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가족 지향의 유교적 전통, 둘째 중국적 상황의 산물, 셋째 근검절약의 체질화라고 할 수 있다. 정치혼란과 천재지변 등으로 해외 유민이 발생하면서 낯선 외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족 중시 경향의 내부 결속이 필요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가족에 대한 배려는 그 사람의 능력과 관계없이 고려됐고, 가부장적(家父長的) 권위는 절대적이다. 우리가 관심있게 보게 되는 것은 그들이 이룩한 부(富)가 근검절약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현금화가 용이한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높은 수준의 저축을 기록할 수 있고, 추상적인 투자보다는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재화(財貨)를 갖게 됐다. 부동산. 금 등의 보유가 많은 이유도 이런데서 연유한다. 화교들의 이재(理財) 방법이나 기업 운용 방법이 시대적으로 오류를 발생시킬 소지가 많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가족 전통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가부장적(家父長的) 권위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는 시대에는 뒤떨어질 우려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운 우리의 시점에서 보면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체질화된 근검절약과 가족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들의 현금 선호 경향이 어디에서 유래됐던 그들은 저축을 통해 막강한 부(富)를 축적해 냈다. 이것은 은행 저축으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한국인들의 생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절대로 그들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카지노와 같은 도박이나 불법투기로 부(富)를 축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탕주의식 일확천금으로 쌓아 올린 부(富)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반석처럼 더욱 탄탄하게 보인다. 우리 주변에 은행 예금을 통해 부(富)를 축적하려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은행 적금이나 예금은 ‘돈이 안된다’ 라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언제부터인가 일확천금을 꿈꿔야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 아침에 패가망신 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모’가 아니면 ‘도’라는 식의 발상과 ‘못 먹어도 고(go)" 라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끔 놀음판에서나 나올 법한 논리가 우리 사회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는 요건은 ‘절약의 체질화’다. 그래서 절약으로 부(富)를 축적해야 한다. 우리 속담에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라는 말이 있다. 하나씩 모아가는 재미를 느껴야 돈을 모을 수 있고 그런 돈이라야 오래 보존한다. 그리고 제도권 금융기관을 통해 얼마든지 재산을 축적할 수 있으며, 실제로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우리 사회에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가 존경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부자라고 하면 불법이나 편법으로 부동산 투기나 주가 조작을 해서 한꺼번에 떼돈을 번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부자라고 하면 고개를 흔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불법이나 편법으로 축재하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는 한 건전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지난해 8. 15 광복절에 특사로 석방된 사람들 가운데는 정치가나 재벌총수들도 상당 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죄를 짓고 감옥에 간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특사라는 이름으로 석방되었다. 그러다 보니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사회가 과연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