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부모의 은혜는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도 깊다. 하지만 요즘은 부모의 은혜와 노인에 대한 공경심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듯하여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이라도 있어 노인에게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최근 우연히 만난 박모씨(67세)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외롭고 무력감에 빠진다고 한다. 40년 초등교사 생활을 하다가 교장으로 정년퇴직 했지만 교단을 물러난 후 지금은 별로 하는 일이 없다고 했다. 집에 있자니 답답해서 마을 경로당에도 가보지만 수준도 맞지 않아 어울리지 못하고 가끔 밖에 나와 소일을 한다고 했다. “자랑 같지만 내 나이에 교사는 인텔리였어요. 배울 만큼 배우고 직업 또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퇴직후 일자리를 구해보니까 그것이 다 쓸데없는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디다. 교육직에 있었던 것과 상관없이 나이 많은 노인네일 뿐이었어요. 국가와 사회가 노인들에게 무관심하는 것 같아 섭섭하기도 합니다. 젊은이들의 취업이나 청소년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노인문제를 등한시 하는 것은 분명히 모순입니다” 이 노인이 아니라도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노인문제는 분명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한국갤럽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의 상당수는 텔레비전 시청, 라디오 청취, 화투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데 반해 운동을 즐기는 노인은 4.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노인들은 이른바 에이지즘(Ageism)을 톡톡히 겪고 있다. 에이지즘(Ageism)은 성 차별, 인종 차별 등과 같은 개념으로 연령 차별을 뜻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어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아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많은 노인들은 이른바 4고(四苦)로 표현되는 빈곤, 질병, 역할상실, 고독 중 적어도 한 두가지는 갖고 있다. 특히 여성 노인은 남성 노인보다 더 가난하고 질병이 많고 소외돼 있다. 한국 노인 인구 가운데 60%를 웃도는 비율이 여성이고 여성 평균 수명이 77.5세로 남성보다 약 8년 정도 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하철 연산역 구내 간이 쉼터나 부산 구포역 주변 등에서도 무료하게 세월만 보내는 노인들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다. 이런 현상은 어느 특정 지역에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대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업체 등에서 적극적으로 노인복지대책을 수립,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노인들에게 필요한건 단순한 숙식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의료, 문화서비스 등 종합적인 복지시스템이다. 따라서 국가, 기업체, 병원 등이 노인복지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인다면 “자식이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말보다 훨씬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때가 되면 늙기 마련이다. 천하장사도 세월 앞에서는 두 손을 들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누구나 다 늙는다는 것을 잊지말고 노인들을 잘 보살피고 봉양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다 허망한 것이다. 아침 이슬과 같은 것이고 번개불과 같고 무지개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권력도 재산도 다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겉모습에 속고 살아서는 안된다. 돈과 권력은 마치 우리들이 입고 다니는 옷과 같은 것이다. 옷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듯이 우리는 돈이나 권력으로 온갖 사물의 내면을 보지 못하고 겉치장에 속고 살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겉모습은 변하기 때문이다. 무상(無常)하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에서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을 내쫓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