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9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권우상 칼럼-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

권우상(명리학자. 역사소설가)

불경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날 욕심이 많은 부자집에 공덕천(功德天)이라는 절세의 미녀가 찾아왔다. 공덕천은 지헤와 복덕이 얼마나 많은지 머무르는 곳마다 재물이 절로 불어났다고 한다. 이를 아는 부잣집 주인은 기쁜 마음으로 그녀를 아내로 맞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볼썽 사나운 몰골을 한 여인이 한 명 찾아왔다.

흑암천(黑闇天)이라고 불리는 그 여인은 얼굴이 못나고 가는 곳마다 되는 일이 없고 재물이 소멸된다고 하자 부잣집 주인은 질겁을 하면서 얼른 쫓아내려 하였다. 그러자 흑암천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참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조금 전에 온 공적천은 저의 언니입니다. 우리 두 사람은 시간 차를 두고 다니지만 늘 함께 있어야 하고 함께 살아야 할 운명입니다. 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할 것도 없이 부잣집 주인은 미련없이 두 사람 모두를 내쫓아버렸다.

쫓겨난 자매는 다른 집을 찾아갔다. 그 집 주인은 가난하게 살더라도 자기의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을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얼굴이 예쁘거나 예쁘지 않거나 늘 동등하게 대해 주었다. 그는 공덕천과 흑암천이 늘 함께 지냈다.

그렇다면 그는 행복했을까? 아니면 불행했을까? 결국 가난한 젊은이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고 부잣집 주인은 자기 입장에서 산 것이다. 서양 속담에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결혼은 해도 행복하고 안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결국 두 이야기는 심식(心識)작용의 중심은 나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람은 편안한 것을 추구하다 보면 보다 더 편안한 것을 추구하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 무기력한 상황에 빠지고 무기력한 사람은 불감증에 빠져서 좋은 것과 싫은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마치 색깔을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과 같게 되는 것이다.

진실한 행복은 자신에게 주어진 위치에서 근본을 잊지 않고 주변 사람과 더불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다. 물질의 풍요속에서 우리는 모든 것이 영원한 것처럼 혼돈과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날 그것이 무너지면 큰 난리가 일어나게 된다. 설사 그것이 내 곁을 떠나지 않을지라도 내 스스로 그것을 떠나야 하는 날이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그때 통한의 몸부림을 치고 희한의 눈물을 흘린다 한들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사람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이제는 얻는 것보다 빼앗길 것이 더 많은 나이가 다가오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건강하고 힘이 있을 때 좀 더 포괄적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인생의 허망함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무상(無常)이라고 말하는 세상 속에서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래야만 어떤 괴로움이 닥칠지라도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힘과 지혜가 생긴다. 사람은 누구나 그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 땅에 태어났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은 생(生)하거나 멸(滅)하지도 않고(不生不滅), 많아지거나 적어지지도 않으며(不增不減), 깨끗하거나 더럽지도 않는다(不洉不淨), 크기로 말하면 우주를 감싸 안고도 남고 작기로 말하면 바늘 끝 하나 세울 수 없는 것이 마음이다. 이 마음이 인생의 강을 건너가는 배의 삿대와 같은 격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마음을 지니고 사는 것이 진실로 인간답게 사는 것일까? 무슨 일이 생길 줄 모르고 나하고 싶은대로 살다가 결국 허탈하고 허망한 인생을 마주하기 보다는 늘 나의 삶을 들여다 보고 인식하고 조율하고 수정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불경에서 중도라는 말을 자주 나온다. 여기에서 말한 중도란 바른 길을 말하며 올바른 삶의 방법을 말한다. 바른 길은 집착하지 않는 길이다. 집착하지 않으면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다.

뗏목을 강 상류에서부터 하류로 바다에 이르게 하자면 강의 왼쪽이나 오른쪽 어느 곳에도 걸리게 놔 두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강의 한 중간에 항상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왼쪽 기슭으로 치우쳤다가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다시 강 중심으로 나오고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경우라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다시 물줄기 중심으로 항상 되돌아 가면서 마침내 바다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어느 곳에도 집착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중도라고 하는 것이다.

집착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대통령 자리에 집착하다 보면 그 높은 자리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집착하면 눈에 티가 끼어서 세상이 바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불행한 결과를 자초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집착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 집착을 떠나서 살아가는 지혜로운 생활이 바로 불경에서 말하는 중도이다. 그러므로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살아가면 괴롭다는 인생이 행복한 인생이 되는 것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