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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정글에서 우는 자영업자

권우상(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우리나라 자영업의 생태계는 정글과 마찬가지다. 어떤 업종이든 잘 된다고 소문이 나면 너도 너도 벌떼처럼 달려들어 주변에 같은 업종 점포를 낸다.

그러다 보니 눈물로 뒤돌아서는 자영업자도 적지 않다. 사람마다 사업운이 다른데 어찌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한 지방 도시에서 균일가 생활용품점을 열어 히트를 쳤던 김아무개(45)는 ‘바로 옆 건물과 건너편 건물 지하에 똑 같은 업태의 매장 두 개가 들어오는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 점포들은 1년도 못 버티고 다 망했다.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해 오는 사람들 중에 사업을 하기 전에 타당성을 상담해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 다 실패한 후에 찾아온다, 필자는 운세를 보는 사람이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사람을 보면 참으로 안따깝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적정 수준을 훨씬 넘은지 오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말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전체 취업자 수의 31.8%로 OECD 국가 평균 16.1%에 두 배에 가깝다. 창업을 했다가 실패하는 사례도 너무 많다. 그것은 자신이 사업운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겁 없이 대들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무엇이든지 자기 뜻에도 된다면 고생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2008년에 새로 창업한 사람이 101만 명이었는데 폐업한 사람도 79만명에 달했다. 이는 101만 명 중에 79만 명이 운명적으로 사업운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실망을 해서는 안된다. 대운은 10년마다 주기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10년중 대운이 그해 년도에 몇 년 차 인지를 알면 된다. 즉 대운이 2012년부터 들어오면 2011년에는 사업에 실패해도 2012년에는 실패하지 않는다. 손자병법에 ‘나를 알고 남을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고 했으니 이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영업자가 정글에 살다보니 자영업자들이 올리는 소득도 좋을 리가 없다. 지난해 소상공인진흥원이 전국 소상공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순이익이 100만원도 안된다고 응당한 사람이 57.6%에 달했다. 전체 자영업자 572만 명 중 100만원도 못버는 ‘껍데기 사장’인 사람이 300만 명이 넘는 셈이다.

아예 순익이 없거나 적자를 보고 있다는 사람도 전체의 26. 8%나 됐다. 게다가 ‘고객수가 계속 줄어 든다’고 응답한 사람도 70.3%에 달했다. 월 평균 매출액 역시 400만원도 안된다고 응답한 사람이 58.4%에 달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10명중 6명은 매출 400만원 어치도 팔지 못하고 월 수입은 100만원도 안되는 사실상 빈곤층인 셈이다.

자영업 종사자가 전체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창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자영업자의 창업과 퇴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통계에 따르면 음식점, 의류점, 부동산 중개업, 미용업 등 생활과 밀접한 30여 개 업종은 각 업종마다 전국에 5,000개 이상의 점포가 집중돼 있다. 따라서 디자인, 컨설팅, 복지 관련 서비스업 등 고부가가치 업종에서 도전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 상권 침탈 행위도 법으로 막아야 한다. 대도시에서 10년 넘게 건강식품 대리점을 운영해 온 박아무게(53)는 요즘 깊어지는 술만 늘었다. 경기가 부쩍 나빠지자 고객들이 생활필수품이 아닌 건강식품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아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 화가 나다보니 ‘보험차원’에서 인연을 맺어 두었던 정치인들과도 발길을 끊게 됐다.

지방의원들이라도 알아두면 사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의원들을 찾곤 했는데 사는 것이 힘들어지다보니 괜한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보전단지를 돌린 때를 빼곤 사무실 밖을 나가지 않는다.

지금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찰떡 같이 밑었던 이명박 정부에 실망감도 더욱 심해졌다. 경제를 살리겠으니 대통령으로 뽑아달라고 한 말을 믿고 청와대로 보냈지만 지금은 사기를 당한 기분이다.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대선 당시 58.2%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 했다고 한다. 정동영 후보(15.2%)를 압도하는 수치다.

이명박 정부에 실망한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정당도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는 자영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무려 91.5%라는 수치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노동자 등 조직화가 가능한 계층은 아무래도 정부나 정당으로부터 정책적 배려를 받기 쉽지만 조직화가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현실적인 요구를 해도 이를 해결해 주거나 쉽사리 나서질 않는다. 정글을 혼자 헤쳐가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기대했던 이명박 정부에서 한숨만 내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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