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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칼럼-양산. 내편은 어디에도 없다

권우상(명리학자. 역사소설가)

 
16년전 필자가 경남 양산(석산리 지당골)에 와보니 주변 환경은 쓰레기 야적장을 방불케 하는 무법천지였다. 계단식 전답은 파헤쳐져 빈땅으로 방치된 채 온갖 쓰레기가 쌓여 주변 환경은 불결하기 짝이 없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아보니 택지를 개발하던 C업체가 부도를 내고 공사를 중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다가 일부 주민은 처리 비용이 드는 폐가구 등을 소각하고 심지어는 죽은자의 옷을 태우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빈터에 농작물을 경작하면서 농작물에서 나온 폐기물은 쓰레기가 되어 환경오염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었다.

농작물 폐기물은 비에 젖으면 벌레의 서식지가 되어 집에는 벌레가 덕실거렸다. 정말 잘못 왔구나! 하는 생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에 눈물을 담기도 했다. 여름에는 날씨가 더워 창문을 열면 빈터에서 태우는 연기와 그을음이 날아와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였고 옥상에는 까만 분진이 날아와 앉았다. 이런 일은 수시로 발생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냥 참고 지낼려고 하니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것 같았다. 도대체 법치국가에서 이런 곳이 있을까 싶어 양산시 청소과를 방문해 이곳의 환경실태를 얘기하자 J계장은 현장에 가보자고 하면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과 함께 현장에 나갔다.

쓰레기가 쌓인 현장을 둘러본 J계장은 한숨을 쉬면서 “양산에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 많은 쓰레기를 처리할려면 예산이 필요하니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 하면서 죄송하다고 했다. 연일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동원돼 쓰레기가 처리됐다. 그러나 계속되는 쓰레기 불법소각과 투기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심야에 차량을 이용한 외지인의 쓰레기 투기까지 가세하자 차량번호를 카메라로 찍을려고 나갔다가 맞아 죽을뻔 하기도 했다.

이런 일로 양산시에서는 ‘쓰레기 특별 감시지역’으로 설정하여 대대적인 단속이 실시됐다. 새벽과 야간에는 공무원이 잠복하여 단속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적발되면 필자를 찾아와 욕설이나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도시 조성사업으로 양산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이곳은 옛날 시골 모습 그대로 변화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필자가 여기에 온 후 쓰레기를 태우면 단속하고 투기해도 단속하니 필자에게 폭언이 퍼부어졌다. 이런 폭언은 양산 전역으로 확산됐다.

심한 욕설에 울분이 치솟아 모욕죄로 고소를 할려고 경찰서를 방문하자 욕설을 증명할 수 있는 녹음테이프를 고소장에 첨부하라면서 적극적으로 도와 줄려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청소과 J계장만이 나에게 수시로 찾아와 쓰레기 소각으로 불편한 일은 없느냐고 하면서 필자의 마음을 다독거려 주었다.

그런데 이때 ‘간이 쓰레기 소각장’ 허가가 났다. 시청에 가서 허가 날 지역인지 조사해 보았더니 담당자의 실수로 잘못 허가된 것이었다. 필자 혼자서 쓰레기 소각장을 철수시켰지만 누구 하나 고맙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느날 담장 하나 사이에 사는 K여인이 옷과 폐타이어를 빈터에서 테우자 연기와 그을음이 심하게 날아와 테우지 말라고 하자 “xx 영감쟁이 쓰레기 좀 태우면 어때서 그래... xx 영감쟁이 .xx 갔네..” 하면서 폭언과 욕설을 하기에 모욕죄로 고소를 할려고 경찰서를 방문하자 욕설을 본 증인이나 욕설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가 있어야 한다기에 녹음기 구입 문제로 며칠을 보내는 사이 이 여자는 쓰레기 불법소각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자 필자를 찾아와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기에 고소를 취하해 주었다.

그후에도 불법 쓰레기 소각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았다. 16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괄목한 변화를 가져왔다. 주택은 아니지만 건물이 많이 들어와 쓰레기를 태울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한 데다가 단속이 강화 되었고 쓰레기를 소각하면 단속이 나온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16년전 쓰레기 야적장을 방불케 한 이곳을 오늘 이만큼 만들어 놓은 필자의 얼굴에 침을 밷는 것을 보면 섭섭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 신념이 있고 인생관이 있다. 그러나 그 신념과 인생관이 자기와 다르다고 원수로 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도 쓰레기를 테우는 것은 돈이 들지 않아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필자에 대한 적개심을 버릴 수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내편은 어디에도 없다. 쓰레기 소각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필자에게 악담을 하면서 나쁜 시선을 던지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다.

영업용 트럭은 차고지 제도를 적용 받는다. 따라서 주택가 도로에 주차하면 5톤 이상 트럭인 경우 밤새 주차는 2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그래서 화물 트럭은 좁은 주택가(특히 필자의 차고 앞) 도로에 주차하지 말고 다른 곳에 주차해 달하고 하는데 어찌해서 악담을 하는가? 변화에는 반대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기에 변화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렵다. 가난한 나라를 잘 사는 나라로 변화시키겠다는 대통령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더러운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에게 침을 밷는다면 이런 나라는 희망이 없고 이런 사람은 아무렇게나 땅에 딩굴며 살 수 있는 아프리카에 가서 살아야 한다. 남을 보지 못하고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천민적이고 노예적인 근성을 가진 사람은 하루 빨리 개과천선(改過遷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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