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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

권우상 단편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연재 <제4회>

 

 

 

 

권우상 단편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연재 <제4회>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징이 울리면 신神이 내린 듯이 하늘이 우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라가 나야 그것이 악기로서의 징이다. 그런 소리가 나지 않고 둔탁한 쇠붙이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면 그 징은 불에 녹여서 다시 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연의 과정을 지금까지 수 없이 반복하고 있으니 강범구 씨는 마음이 답답하고 초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들이 만든 징에서 자신이 만든 징과 같은 똑 같은 소리가 나오기를 강범구 씨는 학수고대 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의 문명에 밀려 그 누구도 우리의 전통 악기에는 관심조차 없는 징 만드는 일을 자식에게 맥脈을 이어가도록 하겠다는 아버지의 불타는 열정을 종달이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징을 만들어 보지만 막상 완성된 징을 두드려 보면 아버지가 만든 징소리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금 그런 일이 끝도 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돈을 생각하면 당장 이 일을 접고 싶지만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우리의 전통 악기인 징이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자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이 일을 자식에게 물려 줄려고 한다면 이 일을 자식이 마땅히 물려 받는 것이 아버지에 대한 효도라고 종달이는 생각했다. 그래서 종달이는 더욱 열심히 이 일을 배울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웬지 아버지가 바라는 징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으니 그것이 답답할 뿐이었다.

답답하기로 말하면 강범구 씨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배울 때는 쉽게 징다운 징을 만들었는데 아들이 만든 징은 왜 이토록 징다운 징이 만들어지지 않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두드려 보면 그것은 쇠붙이의 둔탁한 소리일 뿐 신神이 내린 하늘이 우는 소리, 바람이 우는 소리가 아니었다. 답답하여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버지의 이런 답답한 심정을 아는지 종달이도 이번에야 말로 육신과 영혼을 몽땅 쏟아부어 아버지가 그처럼 바라는 징을 꼭 만들겠다는 각오로 몇 번이고 다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 일전만 해도 이런 마음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을 때 종달이는 더 이상 징 만드는 일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아니 자기와 징은 처음부터 인연이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징 만드는 일을 포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아버지에게 불효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자 종달이는 다시 용기를 갖고 최선을 다해 징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뚱땅 뚱땅 뚜두당 뚱당...”

오늘도 강범구 씨는 아들이 두드리는 망치소리를 들으며 지금까지 수 없이 반복해 온 징다운 소리가 나지 않는 징을 원망하며 징 만드는 아들의 손길을 바라보면서 이번에도 또 실패인가 하는 초조한 마음이 강범구 씨의 가슴을 무겁게 짖누르고 있었다. 50년 만에 처음이라는 여름 무더위가 불에 달구어진 무쇠덩이의 열기와 함께 대장간은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종달이는 망치질을 하느라 웃옷을 벗고 런링샤스 하나만 걸치고 있었지만 땀은 도랑물처럼 가슴팍 근육을 타고 줄줄 흘러 내렸다. 더위도 이렇게 더운 날씨는 난생 처음이었다.

“못 배운 놈 도시에 나간들 이만큼 일 안하고 어데가서 우째 밥을 먹고 살끼고..”

언젠가 아버지가 히시던 말씀이 오늘따라 종달이의 뇌리에 실타래처럼 감겨 들어 왔다. 아버지의 이 말씀이 하나도 틀린데가 없다고 생각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었다.

그래서 가끔은 집을 도망쳐 큰 도시로 나가 보고 싶었지만 못배운 놈 도시에 나간들 아버지의 말씀처럼 이만큼 힘 안들이고 벌어먹고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손을 놀렸다. 그런 아들의 손놀림을 바라보고 있는 강범구 씨는 자신의 지난 일들이 영화의 필림처럼 머리 속으로 감겨 들어왔다.

 

<계속>

 

 

 

 

권우상 단편소설 = ‘하늘의 소리 바람의 소리’ 연재 <제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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