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사꾼, 좋은 기회 놓치지 말아야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중국 전국시대 말 한(韓)나라의 장사꾼인 여불위(呂不韋)는 조(趙)나라의 도읍인 한단(邯鄲)에 무역을 하려 갔다. 그런데 우연히 자초(子楚)가 이곳에 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당시 자초(子楚)는 불모로 잡혀 있는 신세였다. 최고의 장사꾼인 여불위의 머리에는 기발한 생각이 떠 올랐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사두면 훗날 큰 이익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여불위는 곧바로 폐허가 된 초가에서 빈곤하게 살아가고 있는 자초(子楚)를 찾아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귀공의 부군이신 안국군(安國君)께서는 멀지 않아 소양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정빈(正嬪)인 화양부인(華陽夫人)에게는 왕자로 이어갈 소생이 없습니다. 그러면 귀공을 포함해서 20명의 서출(庶出) 왕자 중에서 누구를 태자로 세울까요?
솔직히 말해서 귀공은 결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건 그렇소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오.” “걱정 마십시오. 나에게는 천금(千金)이 있습니다. 그 돈으로 화양부인에게 선물을 하여 환심을 사고 또 널리 인재를 모으십시오. 소생은 귀공의 귀국을 위해 조(趙)나라의 고관 대작들에게 뇌물을 주어서라도 손을 쓰겠습니다. 그리고 귀공과 함께 진(秦)나라로 가서 태자로 책봉되도록 전력을 다 하겠습니다.” “만약 일이 성사되면 그대와 함께 진나라를 다스리도록 하겠소.” 여불위는 자기 자식을 잉태한 애첩(愛妾) 조희(趙姬)를 자초에게 양보하여 그를 완전히 손아귀에 넣은 뒤 재력과 능숙한 달변(達辯)으로 자초(子楚)를 태자로 책봉하는데 성공했고 자초는 왕위에 올랐다. 이 분이 장양왕(莊襄王)이다. 장양왕은 장사꾼 자초를 재상에 임명했으며 자초의 애첩인 조희(趙嬉)가 낳은 아들 정(正)은 훗날에 진(秦)나라의 시황제가 되었다. 장사꾼인 여불위는 기화가거(奇貨可居)를 이용하여 인생 최고의 배팅에 성공한 것이다. <奇 : 기이할 기, 貨 : 재물 화, 可 : 옳을 가, 居 : 살 거>의 기화가거(奇貨可居)라는 이야기는 사기(史記)에 수록된 여불위열전(呂不韋列傳)에 나온다. 진귀한 물건을 사두었다가 훗날 큰 이익을 얻게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좋은 기회를 기다려 큰 이익을 얻는다는 뜻이다. 장사꾼은 늘 이익에만 몰두하면서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기업에서는 매상(買上) 신장(伸張)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흔히 원모어(One More)을 구사한다. 국내의 한 대기업이 이런 작전을 구사하여 매상 신장에 큰 성과를 올린 적이 있었다. (1) 행동일수를 1일 더 늘려라. (2) 행동 시간을 1시간 더 늘려라 (3) 방문 점포수를 한 점포 더 늘려라. (4) 방문 일수를 1회 더 늘려라. (5) 한 품을 더 판촉하라. (6) 1박스를 더 판촉하라. (7) 전화 마케팅을 활용해서 판매 효과를 극대화하라. (8) 친절한 제품 안내로 회사 이미지를 높혀라. 경쟁에서 싸워서 이기려면 자세부터 진지해야 한다. 특히 라이벌과의 싸움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하는 사원을 가진 기업은 라이벌 회사에 패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이 적자를 내는 것은 최악이다. 따라서 전 사원은 이런 최악이 없도록 혼신의 열정을 쏟아내야 한다. 기업의 적자는 인간에게 비유하면 출혈상태인데 출혈 때문에 혈액이 부족해지면 오래 살아갈 수 없다. 적자를 흑자로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희생은 국가도 마찬가지다. 기업이나 국가가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불기피한 선택이다. 국가는 전 세계에서 ‘이 분야만은 한국에 가서 배워야 한다‘고 인정받는 분야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이 제품만은 세계에서 1등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개인은 이것만은 내가 최고의 1인자라는 실력과 기능을 쌓아야 한다. 개인의 경우 텅텅 빈 머리에서는 아무 것도 찾아낼 수 없다. 남보다 많은 지식을, 남보다 많은 경험을, 남보다 많은 생각을 해야 한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인 장사꾼은 남들이 예사로 넘길 사안이라도 여불위가 기화가거(奇貨可居)을 이용한 것처럼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