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중국은 백년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데
권우상
명리학자. 역사소설가
최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제조업 2025’ 문건을 보면 중국 정부가 얼마나 국가 미래에 비전을 갖고 노력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국과 너무나 판이한 차이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중국 국무원의 이 문건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제조업계의 최강국이 되기 위한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문건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제조업은 국민경제 주체로서 입국(立國)의 기본이며 기초다. 세계 강국의 흥망성쇠와 중화민족의 분투 역사가 증명하듯이 강대한 제조업 없이는 국가와 민족의 강성함도 없다’ 이어서 문건에는 자신들의 취약한 부분도 이강조했다. ‘30여년 노력으로 우리는 제조업 1위 국가가 되었다. 유인(有人) 우주선, 수퍼컴퓨터, 고속철도, 석유탐사 설비 등에서 우리 제조업은 여전히 덩치만 커졌지 강하지 못하며 창의력이 미약하며, 핵심 기술 의존도가 높다’ 중국 국무원은 이 문건을 제조업 강국 실현을 위한 첫 번째 10년(2015 - 2025)의 행동강령이라 정의하고 전국의 성(省)에 철저히 집행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이런 문건을 보면 중국 정부의 정책에는 역사와 철학이 담겨 있고 논리가 정연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정치는 공산주의 노선을 택하고 있지만 경제를 부흥시켜 국민들이 잘 살게 하고 국가를 강건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만은 어느 민주주의 국가와도 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대회나 전인대(全人大)에서 채택되는 정부 정책이 담긴 문건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토의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최고 지도자가 승인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처럼 야당이 시시콜콜 발목을 잡는 일도 없고 오로지 중국이라는 나라가 부강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모든 관료들이 동조하고 협조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인의 단결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아마도 아편전쟁과 중일전쟁에서 뼈저리게 느낀 굴욕의 역사에 대한 자성(自省)과 두 번 다시 이런 치욕의 역사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다짐과 실천의지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일본식민지 치하에서 36년간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도 자성이나 미래 청사진도 그려보지 못하며 항상 여야 정치인이 당리당락에만 갇혀 사소한 일에 막말로 격돌하는 우리정치인의 모습을 보면 서글프기만하다. 이번에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문건을 본 중국인들은 누구나 피가 용솟음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느끼게 될 것은 자명하다. 이 문건은 8300만 공산당원을 통해 하부 조직까지 전달되고 다시 각 단위별로 문제의식을 공유해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긴다는 점이 중국을 세계 강국으로 급성장 시키는 원동력이다.
2013년 APEC에서 시진평 국가주석이 제창한 ‘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신실크로드)는 14억 중국인의 지지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비록 중국이 공산당 일당독재국가라고 하지만 국민의 지지가 없이는 최고 지도자의 뜻을 달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마우쩌둥의 ‘대약진운동’에서 볼 수 있다. 1950년 마우쩌둥은 10년에 미국을 추격한다는 ‘대약진 운동’을 벌였으나 중국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실패하면서 경제는 파탄이 났다. 하지만 시진평의 ‘一帶一路’는 마우쩌둥의 ‘대약진 운동’과는 다르다는 것을 중국인들은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관료들이나 언론들까지 나서서 ‘一帶一路’를 비판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으며 오로지 국가정책에 대한 신뢰와 공감 및 최고 지도자에 대한 자부심만이 14억 중국인 가슴에 녹아 있다.
중국인을 이렇게 결집시킨 것은 지난 역사에 대한 인식, 현실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국가 미래에 대한 원대한 꿈과 희망이 없으면 글로벌 시대에 생존할 수 없다는 시대의 공감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인들은 ‘一帶一路를 통해 세계를 운명공동체로 만들것이며 이는 중화인민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100년 프로젝트‘라고 공언한다. 이런 중국인을 보면서 우리 정치인들이 더욱 서글프지는 것은 어디에도 국가 미래의 꿈과 전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발전에 관련된 중요한 대통령의 정책시행에도 엉뚱한 문제를 들고 나와 마치 장사꾼이 물건을 흥정하는 듯한 야당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국가를 경영하는 정치인은 더러운 욕심과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막말이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한 꿈과 웃음, 그리고 미래의 희망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없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