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7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고속철도 민간개방 과연 ‘시민은 안전’ 한가?

코레일 구미역장 김종현

최근 코레일의 비효율을 지적하며 고속철도 부문을 민간에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15년 개통하는 수도권 고속철도(수서∼평택) 구간과 이를 활용한 경부 및 호남 고속철도(오송∼광주송정) 운영에 민간사업자를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민간사업자간에 경쟁 입찰을 붙여 철도 운영권을 따서 운영하게 한다는 것이다.

고속철도 민간개방을 찬성하는 측의 주장은 서울역발 코레일 KTX와 수서역발 민영 KTX가 부산역을 향해 경쟁을 벌여 효율성은 높아지고 요금은 낮아지고 철도운영적자에 대한 국민부담은 줄어든다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자동차는 운전자가 도로진출입과 주행, 추월이 운전자의 의지로 가능한 완전한 개별 교통시스템이다. 그러나 철도산업은 궤도, 차량, 인력, 시스템 등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기술·경영상 통일성이 요구되는 교통수단이다. 그런데 민간사업자가 있어 운영자가 이원화 될 경우 정보교환 및 의사소통 문제 등으로 열차운행의 안전확보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즉 복수의 운영자와 시설관리자, 유지보수 수행주체가 각각 달라져, 기관 간 정보교환 및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관제의 영역이 복잡해지고 사고발생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러한 예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 복수의 기관간 정보교환 부족으로 일어난 사고사례(영국철도안전조사국,2009)
- 1997. Southall : 복수의 민간철도회사간 정보교환 오류로 열차충돌(7명 사망)
- 1999. Paddington : 시설관리자와 운영자간 정보교환 부족으로 열차충돌(31명 사망)
- 2001. Salby : 복수의 민간철도회사간 정보교환 오류로 열차충돌(10명 사망)
- 2002. Potters Bar : 시설관리자와 운영자간 정보교환 부족으로 고속열차 탈선(7명 사망)

또 그들은 민간기업의 고속철도 운영이 철도운영부문의 비효율성과 영업적자에 대한 답이라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KTX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새마을, 무궁화호 등 수익성이 낮은 기존노선에 있다.

현재도 수익성이 높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속철도만 민간에게 이양하는 것은, 국민세금 수십조 원으로 깔아놓은 선로위에 유지보수 비용 정도만 지불하고 사업할 수 있는 특혜를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것은 한 개인에 대한 엄청난 특혜이며 115년 전통의 철도를 죽이는 꼴이다.

이는 흡사 기절해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찬물 한 바가지가 약임에도 불구하고 관을 짜는 것과 다름없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결만이 국민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코레일 내부에서는 유일한 흑자 노선인 고속철도의 이익으로 적자노선의 비용을 보전하는 교차보조가 행해지고 있다. 이 제도로 경제취약계층의 국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철도를 이용하고 있다.

만약 민간기업이 고속철도만을 운영할 때에는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이 재분배되지 않고 개인에게 독점될 가능성이 크며, 적자노선의 서비스 유지가 어려워 질 것이다. 결국 수익은 민간자본에게 가고, 손실은 국민이 떠맡는 꼴이 된다.

한국교통연구원(KOT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철도운영을 민간에 개방할 경우 고속철도 운임이 20% 낮아진다고 한다. 그런데 연구의 심각한 오류가 있음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인하폭을 극대화하기위해 수입은 과다계상, 비용은 과소산정 하는 수치조작을 통해 이익을 부풀렸다.

그래서 코레일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공식적으로 요청했으나 정확한 근거를 제시 받지 못했다. 그들은 코레일에서 시행중인 각종 할인제도 역시 고려하지 않았다. 실제로 코레일도 적자노선에 대한 운영부담 없이 민간처럼 고속 철도만 운영한다면, 민간이 주장하는 20% 수준 이상으로 운임인하가 가능하다.

하지만 철도는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 철도는 국민 일상생활과 국가경제에 있어 필수적인 기반시설로써,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하는 보편적 서비스 특성을 갖기 때문에 철도운영자에게는 적자노선을 존속시켜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으며, 이는 곧 국민소득의 재분배 차원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철도산업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은 아니다. 경쟁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나 국민의 희생과 혈세의 낭비를 바탕으로 한 개인의 이익 추구라는 불공정한 경쟁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사업권을 주는 방식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국민 세금으로 기반 시설을 완공한 뒤 알짜배기 노선을 민간에 넘기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것도 모자라 경쟁체제라는 말로 포장한 뒤 30년간 알박기 형태로 독점 운영하겠단다.

절대적 영리목적인 민간사업자는 몇 년간은 운임을 낮추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차츰 요금을 올릴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영국철도 장거리 부문의 경우 1994년부터 경쟁입찰을 적용, 매년 운임이 올라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총 107.1%가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민간과의 경쟁을 통해 효율을 제고하고 영업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속철도가 아닌 수익성이 낮은 부문부터 효율적으로 개선시키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지금 검토 중인 방법인 수익을 내는 고속철도만 넘겨주는 것은 공정한 룰에 어긋나는 경쟁구도이다.

철도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경쟁은 수익노선을 민간기업에 거저 퍼다 주는 방식이 아니라, 해외사례와 같이 공익적 적자 노선을 포함한 비수익노선에 대한 민간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성급한 경쟁 도입보다는 면밀한 성과평가 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상·하 분리 철도산업구조에 대한 올바른 정책방향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