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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깨우는 부처님 법문

현담 규보 스님, 乙巳年 동안거 법문

— 신광은 어둡지 않으니, 알음알이를 내려놓으라 —

 

선가귀감은
첫머리부터 이미 답을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하여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으며,
이름 지을 수도 없고
모양을 그릴 수도 없다.”

 

이 ‘한 물건’이
무엇이겠습니까.

 

부처를
따로 찾을 것이며,
마음을 새로 얻을 것이겠습니까.

 

그것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그대의 참마음이며,
움직이기 이전의
본래 성품입니다.

 

이 마음은
밝으나 빛이 아니고,
신령하나 기이하지 않으며,
있으나 붙잡을 수 없고,
없으나 떠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옛 스님들은 말했습니다.

 

神光(신광)이 不昧(불매)하야
신령한 빛은 일찍이
어두워진 적이 없고

 

萬古徽猷(만고휘유)로다.
만고에 드러난 성인의
도리는 세월 속에서도
한번도 흐려진
적이 없다.

 

우리가 수행한다고 해서
이 빛이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며,

 

번뇌가 일어난다고 해서
이 빛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스스로 덮어 가리고,
스스로 헷갈릴 뿐입니다.

 

그러므로 동안거에 들어서는 이는 무엇을 더 얻으려 하지 말고,
무엇을 증명하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선문에 들어오면
반드시 이 한 구절을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入此門來(입차문래)에  
莫存知解(막존지해)어다.

 

이 문에 들어오거든
알음알이를 두지 말라.

 

알음이란
무엇입니까.

 

책에서 얻은 말이고,
생각으로 세운 이해이며,
비교하여 판단하는
분별심입니다.

 

알음이 남아 있는 한
아무리 경을 읽고,
아무리 좌선을 오래 해도

 

문 앞에서 서성일 뿐,
안으로 들지는 못합니다.

 

동안거는
몸을 묶는 자리가 아니라,
알음을 쉬게 하는 자리입니다.

 

앉아 있으면
앉아 있을 뿐,

 

아프면
아플 뿐,
졸리면
졸릴 뿐입니다.

 

그 위에
옳다, 그르다,
깨달았다, 못 깨달았다
붙이지 마십시오.

 

그 생각 하나 붙는 순간
이미 문밖입니다.

 

을사년 동안거는
세상을 피하는 시간이 아니라,

 

본래 밝은 마음을
가리지 않는
연습의 시간입니다.

 

신광은
본래 ''불매(不昧)''하니
밝히려 하지 말고,

 

만고의 도는
이미 드러나 있으니
새로 꾸미려 하지 마십시오.

 

다만
가만히 앉아,
알음 하나 내려놓고,
숨 하나 고르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 마십시오.

 

그 자리가 바로
부처의 자리이며,

 

그대가
본래 떠난 적 없는
본래 고향입니다.

 

을사년 동안거,
이 한 물건 앞에서
조용히 머무시기를 바랍니다.

 

소백산
瑠璃本願寺
현담 규보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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