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3회)

  • 등록 2024.12.28 15: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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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단편 역사소설 = 협객 장돌복의 지혜 (제3회)


 

                                협객 장돌복의 지혜

 

 

그러나 장돌복의 기색이 갈수록 냉정해지는 것을 보고 쉽사리 그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음을 짐작하고

( 참으로 지조 있는 협객이구나. 하지만 나도 가죽처럼 꽤 질긴 년이니 그 지조가 어디까지 가는지 어디 두고 보자... )

하는 생각으로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 갔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장돌복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하고 자나깨나 요리조리 궁리를 하였다.

한편 장돌복은 그 기생(妓生)을 돌려 보낸 것은 매우 상쾌하나 기생의 태도로 봐서 필경 또 다시 찾아 올 것을 지레 짐작하고 기생이 오는 것을 막을 방도를 여러가지로 연구하던 끝에 하루는 흑임자(黑荏子) 한 줌을 구해 책상 아래 감춰 두었다.

그러던 어느날 역시 달빛이 밝은 밤 예전 그 기생(妓生)이 전날의 냉정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장돌복을 찾아왔다. 장돌복은 편안한 태도로 찾아온 손님에 대한 인사를 할 뿐이었다. 그 기생은 인사말이 오고 가자 목청을 가다듬고 갖은 교태를 부리며 노래를 한 곡조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돌복은 인사말 외에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기생은 갖은 애교와 재주를 다 부리는 중에 밤이 벌써 깊었으나 돌아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기생은 치맛자락을 연신 위로 걷어 올리며 속옷중이도 입지 않은 알몸인 하얀 허벅지의 속살을 드러내 보이면서 요염한 몸짓을 보이기도 했다. 요새 말로 표현하면 노팬티 차림이었다.

하지만 장돌복은 여전히 묵묵히 앉아 있다가 상투 밑을 손으로 벅벅 긁으며

“ 허어. 오늘은 머리가 왜 이렇게 가려운지 모르겠구나 ”

하며 책상 밑에 있던 비첩을 꺼내어 미리 준비해 두었던 흑임자(黑荏子)를 슬쩍 상투 밑에 집어 넣고 상투를 풀며 빗으로 빗겨 내리자 그 흑임자가 후두둑 떨어졌다. 장돌복은 일부러 부끄러운 듯이 혼잣말로

“ 이런 변이 있나... 그래서 그렇게 가려웠군... ”

하고는 떨어진 흑임자를 마치 이를 죽이듯이 엄지 손톱으로 꾹꾹 누르자 흑임자(黑荏子)가 터지는 소리가 마치 이가 죽는 소리 같았다. 이 광경을 본 기생은 그만 질겁을 해서 벌떡 일어나며

“ 안녕히 주무세요 ”

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급히 도망치듯 돌아가 버렸다. 기생이 돌아가자 장돌복은 흑임자를 다 털어내고 다시 상투를 틀며 빙그레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기생은 그런줄도 모르고 집에 돌아가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날이 밝자 장돌복을 찾아 다니던 여러 기생(妓生)을 찾아가서 떠들어 되었다.

“ 아이그.. 글쎄.. 어젯밤에 장서리(장돌복)를 찾아 갔다가 더러운 것도 다 봤지 ”

“ 뭣이 또 그리 더럽단 말이냐 ? ”

“ 이이그. 말도 마라. 얼굴 값도 못하는 병신이야 ! ”

“ 뭣이 ? 병신이라니 ? 고자더냐 ? ”

“ 고자라면 그래도 낫게 ”

“ 그럼 도대체 무슨 병신이란 말이니 ? ”

“ 아 그래. 그 장서리인가 협객인가 머리가 가렵다구 긁적긁적 하면서 머리에 빗질을 하는데 글쎄 깨가 쏟아지듯 시커먼 머릿니가 후두둑 후두둑 비오듯 쏟아지는데... 에이그 징그러워... 내가 몸이 건질건질 하더라니까... 도대체 얼마나 추잡스러우면 머리에 이가 덕실거릴까....이가 하도 많아 자기도 부끄러운지 뭣이라고 중얼거리며 이를 죽이느라고 정신이 없지 뭐냐... 아이그.. 원 그걸 보니까 내 몸이 건질건질하고 구역질이 나서 한시도 앉아 있을 수가 없더라구.. 그래서 급히 뛰어나와 집으로 돌아 왔는데도 나마저 몸이 근지럽고 서물서물 하는 것 같아 한잠도 못잤단다. 원 외양이 그만이나 한 사람이 그게 뭐야 ! 어유... 추잡해.. ”

“ 그래. 몸이 더러우면 그렇게 이가 많다더라 ”

“ 그러게 말이다. 머리에 그토록 이가 많으니 몸에는 얼마나 많겠니. 아이그 징그러워.....”

“ 오라.. 그래서 우리가 가면 그렇게 냉정했구나 ! ”

“ 그렇구 말구.. 아이 징그럽고 더러워... ”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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