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오십 세 번째회 (53)

  • 등록 2016.12.21 16: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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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오십 세 번째회 (53)

 

봉이 김선달

 

 

아니. 이 분이 아직도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모양이군

나그네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내 듣기로는 저승의 사자는 얼굴에 뿔이 돋았고 울긋불긋한 옷에 방망이를 들고 있다던데 당신은 발가벗고 있으니 귀신이오 사람이오 ? ”

봉이 김선달의 말에 나그네는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여보. 똑똑히 보시오. 난 당신을 건져준 사람이란 말이오. 내 참.....”

뭐라고요 ? 그럼 내가 죽지 않았구만.... ”

그제야 봉이 김선달은 완전히 정신이 든다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에그. 난 죽은 줄 알고 한시름 놓았는데 이렇게 재수 없이 살아나다니 얄궂구나. 이놈의 팔자야. 내가 왜 이리도 살았누.... ”

자기를 살려 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오히려 살아난 것을 한탄하니 도대체 무슨 사람이 이런가 하고 나그네는 그저 물끄럼이 봉이 김선달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아니 여보시오. 내 보따리 못 보았소? ”

봉이 김선달은 자기의 옷을 들추어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란 듯이 나그네를 보고 물었다.

보따리라뇨? ”

나그네는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어 이렇게 반문했다.

아까 옷을 벗어 놓고 그 옆에 보따리를 두었는데 갑자기 없어졌으니 누가 가져 갔단 말이오

글세 난 못보았소. ”

나그네는 어이가 없는지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여보시오! 도대체 내 보따리 어디다 두었소? 이런 낭패가 있나... 내 보따리를 어디다 숨겨 두었느냔 말이오. 그 속엔 엽전 마흔 냥 밖에 들은 게 없는데 도대체 뭐가 있다고 보따리를 숨겼소? 어서 내 놓으시오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꺼이꺼이 울며 발을 동동 굴렀다.

아니 이 분이 지금.... ”

어물어물 하고 있다가는 틀림없이 도둑놈으로 몰릴 판이었다. 나그네는 옷 입을 생각도 잊고 그저 넋을 놓고 있었다. 물에 빠진 놈을 건져주면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한다더니 세상에 이런 기막힌 일이 또 있을까.. 이거야 원 내가 걸려 들어도 잘못 걸려 들었구나... 나그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난처한 얼굴로 봉이 김선달을 바라 보자 봉이 김선달은

이 분이고 저 분이고 날 살려 주었으면 내 보따리도 내 놓아야 할 게 아니오. 사람은 살려 놓고 보따리는 감추다니 좋은 일 하고도 원망 들을 일이 아니오? ”

허허. 이 양반이... 난 당신의 보따리는 커녕 담배 쌈지도 못 보았소. 괜히 생사람 잡지 마시오. 어디서 보따리를 잃어 버리고 나한테 보따리를 내 놓으라고 하시오

이 말을 들은 봉이 김선달은 그만 대성통곡大聲痛哭을 하기 시작했다.

에구 나는 이제 완전히 죽었구나. 내 수중에 돈이라고는 엽전 마흔 냥 밖에 없는데.. 이걸 어쩌누 이걸 어쩌누... 어느 놈이 내 보따리를 가져갔단 말이냐.. 에고 에고.. 이젠 고향에 돌아 갈 노자마저 도둑 맞았으니 죽을 수 밖에 없구나.... 에이구 이젠 난 죽었네 난 죽었어... 여보슈 날 말리지 마슈. 죽게 내 버려 두란 말이오

봉이 김선달은 말릴 틈도 없이 다시 물에 첨벙 뛰어 들었다.

아니 저 사람이.. 정말로 죽을 모양이구만...”

나그네는 불에 덴 사람처럼 놀라서 김선달의 뒤를 따라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날 말리지 말아요

봉이 김선달은 허우적거리면서 고함을 질렀다.

여보시오! 당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는 모르나 좌우간 살고 봐야 할 게 아니오? ”

나그네는 물속에서 발버둥치는 봉이 김선달을 꽉 붙잡고 물가로 나왔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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