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오십 두 번째회 (52)
봉이 김선달
“ 으음.. 그러면 그렇지...”
드디어 봉이 김선달의 머리에서 묘책妙策이 번쩍 떠올랐다.
“ 이 봉이 김선달이가 굶을 리가 있겠는가... ”
봉이 김선달은 커다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날아갈 듯 웅덩이로 달려 갔다. 산 계속에서 옥류같이 맑은 물이 흘러 내려 모인 웅덩이는 가만히 서서 들여다 보면 수정알처럼 저 밑바닥까지 훤히 보였다. 봉이 김선달은 우선 목욕부터 할 생각으로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물속으로 풍덩 뛰어 들었다.
“ 어허. 시원하다... 시원하니 똥구멍까지 간질간질 하구나... 이제야 살것 같다 ! 어유 시원해... ”
어릴 때부터 대동강大洞江에서 잔뼈가 굵은 봉이 김선달이라 수영에도 익숙해서 이리저리 개구리 헤엄으로 팔다리를 움직여 가며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동안 목마름도 배고픔도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 더운 여름날에는 뭐니 뭐니 해도 물속이 제일이야! ”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물속에서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뜨거운 햇볕이 마치 송곳처럼 찌르듯이 퍼붓고 있었지만 물속은 그저 시원하기만 했다.
“ 어허.. 이대로 한 숨 잤으면 좋겠다! ”
봉이 김선달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의 귓전에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던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분명히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였다.
“ 이크! 이제야 살 길이 생겼구나! 구세주가 나타났다! 그러면 그렇지... ”
봉이 김선달은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일부러 헤엄을 치지 못하는 사람처럼 물 속으로 고개가 들어 갔다 나왔다 하자 영판 물에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 드디어 고갯길을 올라오던 나그네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졌다. 나이는 마흔 대 여섯 정도 되었을까 차림새를 보니 돈푼이나 있어 보이는 점잖은 나그네였다. 나그네는 웅덩이에 사람이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도 모르고 흐르는 땀을 씻어가면서 비탈 길을 올라 오다가 돌연 첨벙거리는 물소리를 듣고서야 발길을 멈추었다.
“ .........? ........? ”
나그네는 두 눈을 휘둥거렸다. 나그네가 보기에는 분명히 한 사나이가 웅덩이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물 위로 들락날락 하는 모습이 이제는 지쳐서 영 물속으로 가라 앉고 말 것만 같아 보였다. 나그네는 급히 옷을 벗어 던지고 물속으로 첨벙 뛰어 들었다. 낯선 나그네의 부축으로 웅덩이 밖으로 끌려 나온 봉이 김선달은 사지四肢를 쭉 뻗고 누워 버렸다. 두 사나이가 똑 같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였지만 부끄러움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나그네는 봉이 김선달의 사지四肢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의식을 잃고 있던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의 몸둥아리가 꿈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여보시오! 정신 차리시오 ”
“.............”
그러나 아직도 정신이 덜 깼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 여보시오 ! 정신 좀 차리란 말이오 ”
나그네는 힘껏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의 몸을 흔들었다.
“ 으응... !.. ”
“ 여보시오! 정신이 드오? ”
“ 아. 이곳이 어디옵니까? ”
봉이 김선달은 나그네를 쳐다보며 겨우 입을 열었다.
“ 당신이 빠진 웅덩이지 어디겠소 ”
“ 혹시 저승이 아니옵니까 ?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