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오십 한 번째회 (51)

  • 등록 2016.12.15 19: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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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오십 한 번째회 (51)

 

봉이 김선달

 

 

당신은 날 어떻게 보는 거요? 언제는 내가 노자를 가지고 다녔소 ? ”

그땐 집안에 돈이 없었으니까 그랬지만 지금이야 사정이 달라졌잖아요? ”

걱정 말아요. 먹고 싶으면 먹고 마시고 싶으면 마시는 수가 있으니까... ”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이렇게 말하고 훌쭉 싸립문 밖으로 나왔다.

7월의 뜨거운 햇볕에 달아 오른 거리는 몇 발자국 걷기가 무섭게 후끈후끈 발바닥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봉이 김선달은 황초시가 땅속에 삼년 째 꼭꼭 파묻어 두었다는 매실주의 새큼한 술맛에 벌써부터 입안에서 침이 흘러 입술을 적시면서 길을 나섰다. 봉이 김선달은 지금 3년동안 비 한방울 오지 않고 가뭄으로 산천초목이 타 들어가자 어찌하면 대동강大洞江 물을 팔아서 돈 냥이나 만질 수 있을지 곰곰이 머리속에 생각하면서 굽이쳐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며 대동강을 건넜다. 그리고는 줄곳 황주를 향해 걸었다. 해는 정오를 넘어서자 급기야 뜨거운 불볕 더위가 땅을 불덩어리처럼 달구기 시작했다.

햇볕에 달아오른 길은 몇 발자국 걷기가 무섭게 후끈후끈 발바닥을 뜨겁게 했다. 더위로 헉헉 차 오르는 숨결을 내뿜으면서 바짝 말라 붙기 시작하는 입술을 혀끝으로 몇 번이나 적시곤 했으나 갈수록 갈증을 참기 어려웠다.

허허. 이거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구나 어디 주막집이라도 없을까 ? ”

봉이 김선달은 혼자 중얼거리다가 다음 순간 자기의 주머니 속에는 엽전 한 닢도 들어 있지 않음을 생각하니 아침에 마누라 말이 새삼 아쉽게 귓전을 울리는 것이었다.

에라. 언제 봉이 김선달이가 노자를 가지고 다녔다더냐 ? 언제나 필요하면 그때 그때 머리를 굴러서 돈을 마련했던 봉이 김선달이가 아니던가... ”

봉이 김선달은 자신의 배짱만 믿고서 터벅터벅 길을 걸어 갔다. 양쪽 길가에 축 늘어선 능수버들 나뭇가지에서는 매미들이 시끄럽게 울고 있었다. 능수버들 축 늘러진 가지가 여름의 풍치風致를 한결 다 아름답게 하고 있었다.

정오가 지나자 이젠 목이 마른 것은 고사하고 배까지 고프기 시작했다. 어디 주막 집에 들어가서 국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울려고 하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배도 더욱 고팠다.

.. 이거 안되겠구나. 비상 수단을 써서 밥값이라도 벌어야겠는걸.... ”

봉이 김선달의 재주 좋은 머리가 기름을 친 기계처럼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그는 타고난 천재적인 지혜를 짜내기 시작했다. 지금 봉이 김선달이가 집을 나선 것은 술을 얻어 먹으러 나섰지 고생을 할려고 나선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면 자연 술과 밥을 먹을 궁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돈 없이 남의 주막집에 들어가서 술과 밥을 내놓으라는 그런 무모한 짓을 한 일은 없었다. 그럴듯한 대의명분大義名分을 만들어서 점잖게 볼 일을 보고 유유히 사라지는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이었다.

그야말로 무더위와 배고픔 속에서 터벅터벅 십 리 길을 더 걸어가니 비스듬한 산길 아래로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앉은 마을이 보였다. 그 마을에는 필시 주막 집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돈이 없었다.

어떡한다 ? 배는 자꾸만 고파 오는데 엽전 한푼 없으니.... ”

봉이 김선달은 고개 마루에서 지친 다리를 잠시 멈추어 쉬면서 이런 궁리 저런 궁리에 몰두했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좋은 지혜가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봉이 김선달의 눈에 고개 밑으로 난 물줄기에서 흘러 내려 오는 개울물이 커다렇게 웅덩이를 이루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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