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사십 세 번째회 (43)

  • 등록 2016.11.21 15:16:37
크게보기

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사십 세 번째회 (43)

 

   봉이 김선달

 

 

밤이면 주막에서 가지고 온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고 님 그리워 우는 소쩍새의 울음소리에 고달픈 봄 밤을 향수에 젖어 지새는 것도 오랜만에 꽃구경 나온 흥취였으며 낮이면 봄바람에 머리칼을 날리며 길가에 이름 모르게 피어 있는 수 많은 꽃들의 향기에 젖어 걷는 발길은 아무리 걸어도 결코 지치지 않았다.

이리하여 일행이 구월산에 도착한 삼월 보름인 십오야 밝은 달이 물 오른 철쭉 이파리에 젖어드는 정취 있는 밤이었다. 부녀자들은 구월산에서도 가장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는 망월사望月寺 법당 앞 마당에 세워진 구층탑 둘레에 모여 탑돌이를 하면서 가족의 평안과 장래의 소원 성취를 두손 모아 빌고 또 빌었다.

여인들의 멎을 줄 모르는 탑돌이 속에 보름 밤 둥근 달은 서산으로 기울고 객사 안에서는 봉이 김선달의 구수한 이야기 소리에 가물거리는 촛불이 난장이 처럼 점점 키를 낮추면서 기울어 갔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일행은 하룻밤을 쉬면서 먼 길을 걸어 온 피로를 풀고 정오가 조금 못되어 산 중턱에 있는 단군굴檀君窟을 구경하기로 하고 길잡이로 나선 나이 어린 사미승을 앞세워 망월사望月寺를 떠났다.

아이구. 참말로 산이 무척 아름답구만... 이렇게 아름다운 산은 처음 봐요

글쎄 말이야. 내 아직 금강산은 구경 못했지만 이 구월산 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있겠어요? ”

석쇠 엄마의 목소리가 종달새 목소리 보다 더 낭랑했다. 감정이 예민한 여자들은 망월사를 떠나면서부터 산의 아름다움에 연신 감탄을 연발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한창 만발한 철쭉꽃이 온 산을 빨갛게 불태우 듯이 피어 오르고 있어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온통 보랏빛 꽃송이들이 서로 앞 다투어 피어 있으니 감탄이 저절로 쏟아져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구월산 꽃구경 못하고 죽었더라면 죽어서도 한이 될 뻔 했어

이거 다 선달님의 덕분이지. 선달님이 꽃놀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우리야 생각인들 했겠어요 ? ”

. 그렇고 말고!

결국 이 아름다운 봄 경치의 칭찬은 봉이 김선달에게 돌아갔다.

과연 구월산의 철쭉꽃도 영변의 약산 진달래의 아름다움에 못지 않구나 ! ”

사미승의 뒤를 따라 단군굴로 향하고 있던 김선달도 춘흥에 젖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차츰 발길을 옮길 때마다 산길은 험준해져 갔다.

아이고 힘들어 조금 쉬었다 갑시다 ! ”

험한 산길에 지친 여자들이 쉬었다 가자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럽시다. 쉬었다 갑시다. 우리가 원래 꽃놀이를 온 것이지 험한 산길을 걷자고 온 것은 아니니까 천천히 쉬면서 갑시다. 안 그렇습니까.. ”

그렇지요...”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여자들의 청을 받아 들이고 남자들을 바라보며

여보게들! 나는 부인들과 천천히 쉬면서 올라 갈테니 자네들은 먼저 올라가게. 단군굴을 구경한 다음에는 그 너머 망해사望海寺에 가서 점심을 먹세 그려. 우린 천천히 뒤를 따라 갈테니.... ”

봉이 김선달의 말에 남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사미승을 따라 먼저 숲속 길로 모습을 감추었다.

어때 경치가 좋지요? ”

꽃그늘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담뱃대에 불을 붙이면서 봉이 김선달은 한 마디 던졌다.

 

<계속>

 

 

권우상 기자 lsh8589@hanmail.net
< 저작권자 © 구미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구미일보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 등을 금합니다.


PC버전으로 보기

사업장주소 : 경북 구미시 상사동로 167-1, 107호(사곡동) Fax. (054)975-8523 | H.P 010-3431-7713 | E-mail : kgnews@hanmail.net 발행인 : 이안성 | 편집인 : 이안성 | 청소년 보호책임자 :김창섭 | 등록번호 : 경북 아 00052 | 신문등록일 : 2007년 8월 7일 Copyright ⓒ 2009 구미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