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2부 설흔 여덟 번째 (38)
봉이 김선달
제2부
강자(强者)도 굴복시키는 지혜
(7)
간밤에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침 일찍부터 긴 장죽 담배를 휘적휘적 내저으며 급히 싸립문을 나섰다.
“ 여보! 어디를 그리 급히 나가시우? ”
부엌에서 똑딱똑딱 도마에 칼질을 하던 김선달의 마누라가 크게 소리쳤다.
“ 으음. 나 좀 나가 볼 일이 있어.. ”
자못 기세가 등등한 대답이었다.
“ 아니 무슨 좋은 수라도 있어요? ”
하도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짓을 잘 하는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이라 그의 아내마저도 오늘 아침은 유달리 분주하게 밖으로 나가는 남편을 보자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좋은 수라고 ? 암. 좋은 수가 있지.. 있구말구... ”
김선달金先達의 말소리는 벌써 저 만큼 떨어진 울타리 밖에서 들려 왔다.
“ 흥. 그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좋은 수야. 내 돈 한푼 안들이고 꽃놀이를 간단 말이지. 암 좋은 생각이 있어. 있구말구.. 게다가 잘하면 님도 보고 뽕도 따구..”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아침 이슬이 불끈 치솟은 햇살을 받아 마치 금강석처럼 오색 영롱하게 반짝이는 광채를 눈이 부시게 바라보면서 봉이 김선달은 혼자 의미 있는 웃음을 입가에 흘리고 있었다.
평양성 선교리 동구 밖에는 능라도綾羅島 집이라는 밥도 팔고 술도 파는 주막집이 있었다. 이 주막집 주인은 오달평(吳達平)이라는 김선달金先達 또래의 사나이가 있었다. 오달평은 광대廣大 출신으로 어린시절 의적(義賊) 장길산(張吉山)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한바 있는데 그 때 오달평은 접시 돌리기로 명성을 얻었다. 그 후 장길산張吉山이 구월산을 본거지로 동지同志를 규합하고 활빈당(活貧黨)을 조직하여 백성을 착취하는 부패한 벼슬아치들과 무력으로 저항하면서 관군에게 토벌 당하자 활빈당의 세력은 와해(瓦解) 되었다. 이 때 오달평은 겨우 살아서 도망쳐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 와서 주막酒幕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달평은 평소에 살림은 몰라라 하고 매일 술과 장기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이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부패한 벼슬아치들 때문에 백성들의 삶은 갈수록 어렵고 희망이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이가 지금 이런 생활을 하는 것도 바로 부패한 벼슬아치들이 나라를 망쳐놓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저항감에서인지도 몰랐다. 말하자면 부패한 벼슬아치들과 부당한 방법으로 백성들을 착취하여 치부致富한 부자富者들을 골려 주겠다는 그런 의도였던 것이다.
오달평은 어찌보면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과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었으나 인생관이나 세월을 보내는 격조(格調)에 있어서는 김선달金先達을 따를 수 없었다. 말하자면 오달평은 평범한 저자거리의 주객에 불과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