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아홉 번째회 (29)
봉이 김선달
선비들은 이렇게 수군거리고는 즉시 김선달을 불렀다.
“ 여보시오! 선달님! ”
한 선비가 부르는 소리에 김선달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힐끔 돌아 보았다.
“ 왜 그러시우? ”
“ 계속 이렇게 걷기만 하는 것도 심심한 일이니 우리 내기나 한번 합시다! ”
내기라는 말에 구미가 당긴 봉이 김선달은 두 눈을 크게 부릅뜨고 맞장구를 쳤다.
“ 내기라? 허허.. 그것 참 좋은 생각이오. 그런데 무슨 내기를 하잔 것이오? ”
( 흥. 네가 아무리 이름을 날리고 팔도강산을 누비가 다니는 봉이 김선달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내기에서만은 어림 반푼어치도 없을 걸.....)
이렇게 생각하면서 선비는 입을 열었다.
“ 선달님! 지금 저기 예쁜 처녀가 물을 긷고 있는 게 보이오? ”
“ 선비들 눈에 보인다면 내 눈에 안보일 리가 없지. 그런데 저 처녀는 왜요? ”
봉이 김선달의 눈이 더욱 커졌다.
“ 저 아가씨의 은밀한 곳을 우리에게 보여 줄 수 있겠소? ”
“ 은밀한 곳이라면 어딜 말하는 것이오? ”
“ 은밀한 곳이라고 하면 척 알아야지 ... ”
“ 보문陰門을 말하는구만... ”
“ 그렇소 ”
“ 허허.. 점잖은 선비 양반들께서 그게 무슨 망측한 소리요. 아가씨의 은밀한 곳을 보여 달라니 ? 이거야 원 큰 일 날 소리를 하는구만 ...”
봉이 김선달은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 여보 선달님! 이런 내기에는 양반 선비가 따로 없습니다. 그저 선달님의 머리잘 굴리는 재주를 한번 보자는 것이지요. 저 처녀가 가버리기 전에 어서 마음을 정하시오 ”
정말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었다. 어두운 밤이라도 어려운 일인데 환한 대낮에 무슨 재주로 저 예쁜 처녀의 은밀한 곳을 이 선비들에게 보여 줄 수 있단 말인가?
“ 흠... ”
봉이 김선달의 얼굴에는 난처한 빛이 떠올랐다.
“ 자신이 없으면 그만 두시오 ”
기가 막혀서 눈만 껌벅거리며 한참동안 처녀의 거동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봉이 김선달에게 선비들은 재촉인지 공갈일지 입을 삐죽이며 빈정거렸다.
“ 아무래도 자신이 없는 것이겠지요. 아니 그렇소 선달님 ? ”
“ 여보시오! 내가 저 처녀의 은밀한 곳을 당신들한테 보여 주면 나에게 무엇을 주겠소? ”
봉이 김선달의 얼굴은 어떤 결심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 그야 선달님이 요구하는 대로 해 드리리다 ! ”
“ 그게 정말이오 ? ”
“ 아따 이 양반이... 대장부는 일구이언一口二言을 하지 않는 법이오 ”
기고만장氣高萬丈한 선비들은 김선달金先達이 망신 당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속으로 비웃었다.
봉이 김선달은 결심이 선듯
“ 좋소이다! 그럼 돈 내기를 합시다 !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이 돈 백냥 정도는 있을 터이니 내 많은 돈은 바라지 않으니 백 냥만 내기를 합시다! ”
“ 백 냥이라... 그렇게 합시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