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일곱 번째회 (27)
봉이 김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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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은 황해도 해주海州에 있는 어느 주막酒幕에 당도했다. 그날은 이미 땅거미가 서산으로 기울고 날이 어둑어둑 저물고 있었다.
“ 주인장! 평양에 사는 봉이 김선달이가 하룻밤 신세를 지러 왔습니다 ”
봉이 김선달이라는 소리에 돼지처럼 뚱뚱하게 생긴 남자가 불쑥 나오더니 놀란 표정으로 김선달金善達을 쳐다보며 물었다.
“ 아니 당신이 누구라구요? ”
“ 허어 이 양반 귀가 멀어도 한참 멀었구만... 한번 말한 소리를 알아 듣지 못하니... 한번 더 말할 테니까 잘 들으시오 ! 나는 평양에 사는 봉이 김선달이라는 사람으로 한양漢陽에 갔다가 평양平壤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하룻밤 댁의 신세를 지러 왔습니다 ”
“ 아니 당신이 봉이 김선달이라구요? ”
“ 허허. 이 양반이 두 번이나 말해도 못 알아 들으니 귀가 아주 멀리 간 모양구이만. 봉이 김선달이라니까....”
“ 아이구 이거 천하의 재사才士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어서 들어 오십시오 ”
봉이 김선달이라는 말에 주막집 주인은 허리를 굽혀 절을 넙죽 하더니 김선달을 반갑게 맞아 들였다.
“ 이거 어찌 나 같은 사람을 다 알고 있으시오? ”
김선달은 기분이 호뭇해져서 한마디 물었다.
“ 원 별 말씀을... 나라의 재상宰相 이름은 몰라도 봉이 김선달의 이름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자 오늘 밤엔 편히 쉬시면서 구수한 이야기나 실컷 들려 주십시오 ”
재담才談을 좋아하는 주인의 청으로 그날 밤 봉이 김선달은 술과 고기를 잘 얻어 먹고 머리 속에 가득 담아 놓은 이야기 보따리를 살금살금 풀어 놓았다.
“ 아니 도대체 누가 저렇게 밤을 새워 떠드는 거야? 그 좀 조용히 하지 못할까? 참을려고 했는데 이거 너무 떠들자나... ”
그때 마침 옆 방에 들었던 세 명의 나그네들이 새벽녘이나 되자 선잠이 깨어 투덜거리는데 그들의 불평에도 아랑곳 없이 주인 내외의 웃음소리가 온 집안에 자잘거리며 떠들썩 하였다.
“ 봉이 김선달이라는 건달놈이 왔잖은가? ”
“ 뭐? 봉이 김선달이가? ”
“ 그렇다니까 ”
옆방의 나그네들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입맛을 쭉쭉 다셨다. 떠들고 웃는 소리에 단잠을 못자서 짜증이 난 것이다. 밤새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로 주막집 주인 내외를 즐겁게 해 준 덕분에 아침까지 잘 얻어 먹은 김선달은 곧장 떠날 준비를 차렸다. 공교롭게도 김선달은 같은 주막에서 묵고 있던 나그네들과 함께 주막집을 나서게 되었다.
“ 선비들께서는 행선지가 어디십니까? ”
먼저 말을 건넨 사람은 김선달이었다.
“ 우리요? 우리는 평양이오 ”
나그네들은 탐탁치 않은 거만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 그렇습니까 ? 나도 행선지가 평양이오. 마침 동행이 없어 심심하던 참인데 잘 되었구려. 자 천천히 출발 합시다 ”
김선달은 나그네들이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것을 일부터 모른척 하며 그들 틈에 끼어 들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