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일곱 번째회 (27)

  • 등록 2016.10.11 20: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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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일곱 번째회 (27)

 

 

봉이 김선달


 

 

(5)

봉이 김선달은 황해도 해주海州에 있는 어느 주막酒幕에 당도했다. 그날은 이미 땅거미가 서산으로 기울고 날이 어둑어둑 저물고 있었다.

주인장! 평양에 사는 봉이 김선달이가 하룻밤 신세를 지러 왔습니다

봉이 김선달이라는 소리에 돼지처럼 뚱뚱하게 생긴 남자가 불쑥 나오더니 놀란 표정으로 김선달金善達을 쳐다보며 물었다.

아니 당신이 누구라구요? ”

허어 이 양반 귀가 멀어도 한참 멀었구만... 한번 말한 소리를 알아 듣지 못하니... 한번 더 말할 테니까 잘 들으시오 ! 나는 평양에 사는 봉이 김선달이라는 사람으로 한양漢陽에 갔다가 평양平壤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하룻밤 댁의 신세를 지러 왔습니다

아니 당신이 봉이 김선달이라구요? ”

허허. 이 양반이 두 번이나 말해도 못 알아 들으니 귀가 아주 멀리 간 모양구이만. 봉이 김선달이라니까....”

아이구 이거 천하의 재사才士님을 몰라 뵈었습니다. 어서 들어 오십시오

봉이 김선달이라는 말에 주막집 주인은 허리를 굽혀 절을 넙죽 하더니 김선달을 반갑게 맞아 들였다.

이거 어찌 나 같은 사람을 다 알고 있으시오? ”

김선달은 기분이 호뭇해져서 한마디 물었다.

원 별 말씀을... 나라의 재상宰相 이름은 몰라도 봉이 김선달의 이름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자 오늘 밤엔 편히 쉬시면서 구수한 이야기나 실컷 들려 주십시오

재담才談을 좋아하는 주인의 청으로 그날 밤 봉이 김선달은 술과 고기를 잘 얻어 먹고 머리 속에 가득 담아 놓은 이야기 보따리를 살금살금 풀어 놓았다.

아니 도대체 누가 저렇게 밤을 새워 떠드는 거야? 그 좀 조용히 하지 못할까? 참을려고 했는데 이거 너무 떠들자나... ”

그때 마침 옆 방에 들었던 세 명의 나그네들이 새벽녘이나 되자 선잠이 깨어 투덜거리는데 그들의 불평에도 아랑곳 없이 주인 내외의 웃음소리가 온 집안에 자잘거리며 떠들썩 하였다.

봉이 김선달이라는 건달놈이 왔잖은가? ”

? 봉이 김선달이가? ”

그렇다니까

옆방의 나그네들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입맛을 쭉쭉 다셨다. 떠들고 웃는 소리에 단잠을 못자서 짜증이 난 것이다. 밤새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로 주막집 주인 내외를 즐겁게 해 준 덕분에 아침까지 잘 얻어 먹은 김선달은 곧장 떠날 준비를 차렸다. 공교롭게도 김선달은 같은 주막에서 묵고 있던 나그네들과 함께 주막집을 나서게 되었다.

선비들께서는 행선지가 어디십니까? ”

먼저 말을 건넨 사람은 김선달이었다.

우리요? 우리는 평양이오

나그네들은 탐탁치 않은 거만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 나도 행선지가 평양이오. 마침 동행이 없어 심심하던 참인데 잘 되었구려. 자 천천히 출발 합시다

김선달은 나그네들이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것을 일부터 모른척 하며 그들 틈에 끼어 들었다.

 

<계속>

 

권우상 기자 kg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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