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네 번째회 (24)
봉이 김선달
“ 저의 집에는 가보家寶로 내려 오고 있는 황금 촛대가 있는데 제사를 지낼 때 이 촛대에 불을 켜고 지냅니다. 그런데 그 촛대가 없어졌습니다. 값으로 따져도 비싼 물건입니다만 이 백년 동안 내려오던 보물이라 찾지 못하고 이대로 죽는다면 조상님들에게 볼 낯이 없어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짐작으로는 분명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이 훔쳐 갔을 듯 싶은데 누구인지 알 수가 없으니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
“ 으음 ”
김선달金先達은 박초시 영감의 말을 듣고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지금까지는 타고난 말과 행동으로 엉터리 가짜 도사 노릇을 했지만 지금 박초시 영감의 말은 자기에게 그 잃어버린 황금 촛대를 찾아 달라는 것이니 자칫 잘못 하다가는 가짜 도사란 사실이 밝혀질 것 같고 이제 와서 도사가 아니라고 자백하기도 곤란하고 해서 김선달은 이 위기를 어찌하면 해결해 나갈 것인지 마음이 초조하고 속이 바짝바짝 탔다. 하지만 이 정도의 일 가지고 지레 겁을 먹고 똥을 빌빌 쌀 봉이 김선달이 아니었다. 김선달은 워낙 배포가 큰 사람이라 박초시 영감의 말에 애쓰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 물건을 잃은지 며칠이나 되는지요? ”
“ 오늘까지 꼭 엿세가 되었습니다.”
“ 엿세라... 으음 ”
김선달金先達은 생각할수록 난처하기만 했다. 꼭 찾아 준다는 약속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토록 도사道士로 후한 대접을 받으면서 거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김선달은 참으로 난감했다.
“ 도사님 ! 제발 부탁입니다. 제 청을 들어 주십시오. 도사님은 이 세상에 사는 인간들의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을 불을 보듯이 손바닥 안에 넣고 환하게 들어다 보고 계시오니 저의 딱한 사정을 꼭 한번만 들어 주십시오 ”
박초시 영감의 간절한 말을 들은 김선달金先達은 이미 마음속으로 어떤 결심을 하고 있었다.
( 제기랄.. 그 놈의 황금 촛대를 못 찾아 밤중에 도망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승낙이나 해 놓고 보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으니 설마 하니 이 김선달이가 살아 날 방도는 있겠지... )
봉이 김선달金先達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 박초시의 사정이 아주 딱한 것 같으니 내 갈 길이 바쁜 몸이기는 하나 며칠간 여기에 머물면서 황금 촛대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
“ 아이고 고맙습니다 도사님! 제 청을 들어 주시니 이 은혜 무엇으로 보답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
“ 내일부터 불경을 읽을테니 온 마을이 다 알도록 크게 잔치를 베풀고 마당에 큰 제사상을 차려 놓으시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지지 말고 모두 다 불어 모아 놓으시오 ! ”
“ 도사님의 말씀대로 큰 제사상을 차리고 마을 사람들을 모두 다 불러 모우겠습니다 ”
박초시 영감은 기쁜 마음으로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김선달과 술을 마셨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