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세 번째회 (23)

  • 등록 2016.10.06 11: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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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세 번째회 (23)

봉이 김선달

 

 

 

 

이거 저희들은 이런 시골에서 농사나 짓고 살다보니 지체 높으신 도사님을 미처 몰라 뵈었습니다. 용서하시오

허허.. 용서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도사란 원래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바람처럼 사라져 가는 것인데 오는 것과 가는 것이 어디 기약이 있겠소... 오는 것도 바람과 같고 가는 것도 바람과 같으니 이 모두가 허공에 뜬 구름과 같은 것이 아니겠소... ”

어딘지 비범해 보이는 김선달金先達의 언행은 순박한 농부들의 마음을 당장 휘어 잡아 놓았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어느 사이에 그 마을에는 삼각산에서 유명한 도사님이 오셨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좍 퍼져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도사를 구경할려고 버드나무 아래로 벌떼처럼 모여 들더니 마침내 그 마을에서 가장 막강한 권세를 가진 박초시 영감의 귀에까지 유명한 도사가 왔다는 소문이 들어 갔다. 박초시 영감은 하인에게 도인이 왔다는 소문을 듣고는

? 삼각산에서 도사님이 오셨다구 ? ”

하고 묻자 하인은

그러하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박초시 영감은 무슨 일 때문인지 시름에 잠겨 있다가 귀가 번쩍 트이는지 얼굴 빛을 고치면서 얼른 버드나무 밑으로 달려갔다.

박초시 어른께서 오십니다

박초시 영감이 나타나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어른이라고 그에게 허리를 굽히면서 예의를 올렸다.

삼각산에서 오신 도사님이 어디 계시느냐 ? ”

박초시 영감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김선달을 가리켰다.

여기 계시는 이 분입니다

박초시 영감은 김선달을 바라보고는 허리를 굽혀 예의를 올린 후 정중히 입을 열었다.

도사님께서 저희 마을을 찾아주시어 영광이옵니다. 아마 오늘의 이 영광은 천지신명께서 베푸신 인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기에 계실 것이 아니오라 저의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어서 가시지요

아니올시다. 말씀은 고마우나 가야할 길이 바쁜 사람입니다. 후일에 또 올 일이 있으면 그 때 가겠습니다

후일이라니 언제 또 여기에 오시겠습니까. 이왕 여기에 오셨으니까 저의 집에 잠간 들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선달의 손을 잡으며 박초시 영감은 간곡하게 애원했다.

잠간만이라도 좋으니 저의 집에 와 주십시오. 자 어서 일어나십시오

박초시 영감의 간청에 김선달은 일부러 못이기는 척 하면서 일어나 박초시 영감을 따라 그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의 집은 대궐처럼 크고 마당도 넓었다. 그가 부리는 하인下人만 해도 십 여명이나 되었다. 그날 밤 박초시 영감과 김선달은 떡 벌어지게 음식을 차린 큰 상을 가운데 놓고 서로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박초시 영감이 입을 열었다.

도사님 ! ”

무슨 말씀이오 ? ”

한가지 저의 집에 근심꺼리가 있습니다. 이 근심꺼리를 어떻게 풀 방법이 없겠습니까 ? 도와 주시면 도사님에게 섭섭하지 않게 사례를 하겠습니다

근심꺼리라니 ? 무슨 일이신데 ? ”

<계속>

권우상 기자 kg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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