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한 번째회 (21)

  • 등록 2016.10.06 11: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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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상(權禹相) 연재소설 - 봉이 김선달 제1부 스물 한 번째회 (21)

 

봉이 김선달

 

“ 술이라? 뜻은 고맙소만 어차피 영의정 대감을 만나면 술을 하게 될터이니 여기서는 사양하겠소. 여의정 대감을 뵈오려 가면서 술냄새를 풍기는 것도 예의가 아닐 듯 하오.. 제발 앞으로는 그까짓 돈 몇 푼에 사람을 오라 가라 하지 마시오. 이번에도 여의정 대감을 뵐 일이 있어 온 것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하인을 보냈을 것이오. 오늘 내가 한 말을 잘 유념해 두시오! ”

김선달金先達은 자못 냉정한 말을 하고 나가려 했다.

“ 허허.. 이거 왜 이러십니까? 좌우간 내가 박장자한테 할 말도 있고 하니 잠깐만 앉아 보시오 ”

당황한 이만수는 가까스로 김선달을 자리에 앉혔다.

“ 여봐라! 여기 급히 술상을 보아 오너라 ”

이만수는 김선달이 또 일어 설까봐 하인을 시켜 빨리 술상을 들여 오도록 한 후에 김선달을 넌지시 바라보며 은근히 입을 열었다.

“ 이보시오 박장자! ”

“ 할 말이 아직도 있소? “

김선달은 이미 이만수의 마음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시큰둥하게 물었다.

“ 그렇소. 내가 그대에게 할 말이 많소이다. 나는 지금까지 돈푼이나 있다는 놈들을 모조리 불러다 놓고 다루어 보았지만 그대와 같은 호걸은 처음 보았소이다 ”

이만수는 김선달의 손을 넌지시 잡으며 말했다.

“ 내가 부자들을 닥달한 이유는 돈 욕심도 있었지만 사실인즉 그 놈들이 벌벌 떨면서 아부를 하는 게 꼴불견이어서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그랬던 것이오. 오늘에야 내 그대와 같은 호걸豪傑을 만나게 되니 마치 십년지기十年知己라도 만난 것 같구려. 나도 이제부터 마음을 고쳐 먹을테니 우리 서로 친의를 맺읍시다... ”

이만수는 김선달이 여의정을 만나려 간다는 말에 혹시 자기가 그동안에 저지른 죄상罪狀이 영의정 귀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김선달의 호탕한 성품에 끌리는 마음이 함께 작용한 것이었다.

“ 좋은 말이구려. 나도 소문으로는 그대가 돈이나 갈취하려고 나쁜 일을 자행하는 악질 모리배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대의 진심은 어진 인물이라는 것을 알았소. 그대가 마음을 고친다면 내 어찌 즐겁게 그대와 더불어 벗이 되지 않으리오 ”

김선달金先達의 말에 이만수李萬洙는 뛸 듯이 기뻐했다.

“ 감사하오. 내 마음은 이미 결정이 되었소이다 ”

이만수李萬洙는 김선달의 손을 굳게 잡았다. 이렇게 해서 김선달은 감쪽같이 이만수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돈(엽전) 일만 냥도 도로 가져 가라고 억지로 우기는 이만수의 청을 못이기는 척 하면서 가져온 돈 자루에 하인을 시켜 다시 담아 말에 실고 평양으로 돌아왔다. 김선달金先達이 돌아오자 박광서朴光書는 사례금으로 삼만 냥을 주었으며 이후로 한양漢陽의 이만수李萬洙는 역시 마음을 고쳐 먹고 올바른 사람이 되었다. 봉이 김선달金先達이가 이만수의 삿된 마음을 돌려 놓은 것이었다.

<계속>

권우상 기자 kg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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